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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곽경택 감독의 진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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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곽경택 감독의 진심 [인터뷰]

입력
2024.1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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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건강·마음가짐 유지해 현장 자주 가는 감독 되고파"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경택 감독은 차분한 목소리로 영화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배우 주원을 언급할 때만큼은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기자가 주원과의 호흡이 어땠는지 묻자 "뭐라 해야 하노?"라고 갑자기 사투리를 사용하더니 그가 신기할 만큼 선한 연기자라고 말했다. 곽 감독과 주원의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는 작품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최근 곽경택 감독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소방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 감독은 소방관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가 찍으면 다른 감독보다 더 열심히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단다. '다른 작품에서는 하지 않았던 연출을 해봐야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그는 "불과 관련해 제일 위험한 요소는 바람이다. 여름에 촬영이 진행돼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런데 광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강풍기를 있는 대로 준비하고 현수막과 신문지가 바람에 날리도록 했다"고 작품을 위해 했던 노력을 밝혔다.

유족에게 허락을 구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곽 감독은 "초반부터 양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허락받을 것은 받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자, 프로듀서가 추모식을 찾아 허락을 받는 과정이 있었단다. 다만 모든 유족과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 곽 감독은 "작품을 만들어서 누군가 가슴이 아프면 미안하지 않나. 나름 대비했다. 그렇지만 막상 개봉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화재 장면이 있는 만큼 안전사고에는 특히 열심히 대비해야 했다. 곽 감독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긴장하는 수밖에 없다. 안전과 자문 때문에 현장에는 소방 관계자가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스턴트 팀이나 연기자가 어떤 돌발 상황을 마주할지 모르지 않나. 바람이 있는 날에는 정말 긴장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곽 감독은 "무술팀 한 사람이 뭔가에 걸려서 찢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분이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했는데 내가 '안 괜찮다. 앰뷸런스 타고 가라'라고 말해서 치료를 받게 됐다. 그게 (촬영 현장의) 유일한 부상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의 배우들을 언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의 배우들을 언급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소방관' 출연자 곽도원은 2022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후 '소방관'은 약간의 변화를 겪게 됐다. 곽 감독은 "내가 취재를 할 때 '술이 치료제'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 영화에 치료제라는 표현이 2, 3번 나온다. 힘든 순간을 스스로 위로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해 찍어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곽도원 이슈로) 그런 부분들은 덜어냈다. 이미지가 연상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소방관'의 개봉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주연 배우 주원은 곽 감독에게 따뜻한 기억을 남겼다. 곽 감독은 "주원을 보면 '얘가 악할 때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뭐라 해야 하노"라며 생각에 잠겼던 그는 "주원이를 보면 신기하다. 항상 웃고 있다. 주원이가 술을 못 마셔서 술 친구는 안되는데 그 자리에 계속 같이 있어준다"고 했다. 곽 감독은 "현장에서 긴장하고 힘들었지만 배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말로 현장의 따뜻했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곽 감독은 "난 여전히 '무비 이즈 매직'이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2D 화면에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면 사람들이 웃고 운다. 신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건강과 마음가짐을 잘 유지해서 오랫동안 현장을 자주 가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그에게서는 작품 활동을 향한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한편 '소방관'은 오는 4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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