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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소년가장·독거노인 도운 할아버지 "나눔은 마라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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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소년가장·독거노인 도운 할아버지 "나눔은 마라톤처럼"

입력
2024.12.05 15:13
수정
2024.12.05 15:3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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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전 칠곡군청 공무원의 나눔
재직 때 담배 끊고 월급 30% 기부
퇴직 후 농사 지어 32가구에 김치 후원

4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김재욱 칠곡군수가 김기준씨의 선행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4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김재욱 칠곡군수가 김기준씨의 선행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40년 넘게 소년소녀가장과 홀몸 어르신 등에게 등록금과 생필품을 후원한 '노인 마라토너'의 사연이 알려졌다.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 공무원 출신 김기준(76)씨다.

5일 칠곡군에 따르면 1976년 군청 공무원으로 입직한 김씨는 1984년 우연히 한 소년소녀가장의 어려움을 접하고 담배를 끊고 월급의 30%를 기부하기 시작했다.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16세 때부터 철공소에서 일하며 배고픈 서러움을 겪은 그에겐 남 일 같지 않아서였다.

2005년 퇴직 후에는 전업 농부로 변신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담근 김치 등으로 나눔을 이어왔다. 무를 나르다 넘어져 어깨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한 해 소년소녀가장 32가구를 후원하며 든든한 '키다리 할아버지'를 자처했다. 지난달 18일 왜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장 봉사에는, 과거 김씨에게 대학교 입학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간 40대 여성이 함께 해 눈길을 모았다.

김씨는 2005년 대통령 표창과 2010년 자랑스러운 도민상 등을 수상했고, 2000년에는 '좋은 한국인 대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때문에 직장 동료와 아내로부터 몰래 낳은 자식을 돕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김씨의 나눔 배경에는 "죽을 때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라"는 할머니의 유언이 있었다.

김씨는 35년 동안 50회 이상 풀 코스를 완주한 '아마추어 마라토너'다. 2004년 미국 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해 3시간 30분을 기록했고, 2006년에는 울트라 마라톤 100㎞ 대회에서 13시간 만에 완주하기도 했다. 최근엔 하프 코스를 2시간 7분에 주파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김씨는 "울트라 마라톤처럼 100세까지 건강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소원"이라며 "눈감는 날까지 봉사할 수 있도록 오늘 저녁에도 낙동강을 따라 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칠곡군은 3일 김씨의 선행을 알리고 후배 공직자들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 격려 자리를 마련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어르신의 선행이 알려져 따뜻한 나눔 정신이 지역 사회에 들불처럼 번져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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