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계엄 주도 인사들 퇴진하라"
박근혜 국정농단 이후 두 번째 시국선언
연구자 노조 등 과학계도 계엄 비판 가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카이스트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2016년 11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때 이후 두 번째다. 정치적 발언을 삼가던 과학계조차 윤석열 정권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 326명은 5일 오후 시국성명서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위헌적인 행동으로 오랜 세월 쌓아 올린 국가의 위상과 국민의 자긍심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사태를 주도한 관련 인사들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헌법적 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지난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발생한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을 언급하며 “이곳 학문의 전당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었음에도 침묵했다. 이 같은 횡포가 온 국민을 향하는 지금 우리는 반성하며 목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당시 윤 대통령의 졸업 축사 중 졸업생 신민기씨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정책에 항의하자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이 그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어내 논란이 됐다.
이 사건으로 당시 재학생과 교직원 등 4,456명이 대통령실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나, 교수들의 의견 표명은 없었다. 재적 교수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입장문 발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참담한 심정’을 느꼈던 여러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시국선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성명을 준비했다.
연구자의 정치적 중립을 명목으로 줄곧 정치·사회 이슈에 침묵하던 과학계도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4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도 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국가의 백년 미래인 R&D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한 책임을 물으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결정을 반헌법적인 방법과 무력으로 찍어 누르려는 것 자체가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반민주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이스트 교수 시국 성명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에 선포한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을 큰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대통령의 위헌적 행동으로 오랜 세월 쌓아 올린 국가의 위상과 국민의 자긍심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본인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했으나, 역사의 시계 바늘이 뒤로 돌아간다는 절망감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국민의 고통은 어찌 헤아리지 못하는가?
우리는 과학자의 진리 탐구와 민주 시민의 정의 추구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난 2월 이곳 학문의 전당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었음에도 침묵했다. 이 같은 횡포가 온 국민을 향하는 지금 우리는 반성하며 목소리를 낸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사태를 주도한 관련 인사들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헌법적 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2024년 12월 5일
카이스트 교수 서명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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