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야당표 단독 감액 예산, 초유의 사태였나(O)
②원안 대비 감액된 적이 없나(X)
③예산안 심의 기간이 부족했나(X)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정부 관료에 대한 야당의 잇따른 탄핵 발의와 함께 '예산 폭거'를 이유로 들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에서 4조 원 넘게 감액하면서 국가 본질의 기능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매년 일어났던 진통인데 올해 유독 갈등을 증폭시킨 이유는 뭔지 짚어봤다.
①야당표 단독 감액 예산, 초유의 사태였나(O)
야당이 단독으로 감액한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를 통과한 것은 초유의 일이 맞다. 통상 예산은 상임위원회→예결위, 감액→증액 순으로 논의된다. ‘감액 내 증액 조정원칙’에 따라 감액한 만큼 증액할 수 있어, 소(小)소위에선 정부 여당과 야당 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결위 소소위에서 증액 협상을 하던 중 안건을 기습 상정, 전체회의를 통과시켰다. 이렇게 감액된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상이 될 수 없어 그대로 편성된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 전 여야 지도부 합의를 요구했던 상황이어서, 감액 예산이 실제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원하는 예산을 더 증액시키기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민주당의 블러핑(허세) 전략"으로 봤다.
②원안 대비 감액된 적이 없나(X)
윤 대통령은 일방적 감액 예산에 분노했지만, 주요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감액 예산은 심의 과정에서 통상적인 일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639조 원으로 편성된 2023년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에서 3,000억 원이 감액(4.2조 감액, 3.9조 증액)돼 본회의를 통과됐다. 2024년 예산도 656조9,000억 원에서 3,000억 원 감액됐다. ‘어떤 예산을 줄이고 늘릴 거냐’에 대한 줄다리기를 거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당성 확보를 위한 설득의 과정이다. 지금까지 진통이 있었지만 매년 예산안이 감액과 증액을 거치면서 통과된 데는 이런 과정이 있었다. 이번에는 야당의 예결위 전체회의 일방 통과가 갈등을 증폭시켰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없진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예결위는 예산안의 취지를 설명하는 대통령의 시정연설로 시작하는데 윤 대통령은 11년 만에 시정연설에 불참했다”며 “이런 예산이 필요하다고 상대방을 설득할 생각 자체가 없어보였다”고 귀띔했다.
③예산안 심의 기간이 부족했나(X)
우리나라의 예산 심의 기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법적 기한은 9월 3일이며, 예산안 심의는 11월 30일까지다. 90일 안팎의 심의 기간이 주어지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슷하다. 문제는 우리 국회가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예산 심의를 11월이 돼서야 시작한다는 점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며 “세금을 내는 국민은 국회와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의할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항상 막판에 몰려 예산을 심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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