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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대신 '졸혼' 선택했는데... 다른 여성 집에 들인 남편

입력
2024.12.0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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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담 <15> :별거와 졸혼, 원만한 해결을 위한 네 가지 방법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이혼 대신 차선책 ‘별거형 졸혼’
기회일 수 있지만, 이혼 가능성 ↑
외도·고독사 등 2차 문제로 확대


Q: 환갑을 바라보는 주부다. 남편은 부모에겐 효자였지만, 아내인 나에게는 폭군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30년간 최선을 다해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던 몇 해 전 남편이 은퇴한 이후 우려하던 일들이 발생했다. 남편은 젊은 날의 성격을 버리지 못한 채 예삿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

참다 못해 남편에게 ‘졸혼’을 요구, 원룸을 마련해 ‘별거형 졸혼’을 시작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돼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일이 발생했다. 남편이 다른 여성을 만나 집에도 수시로 데려온다는 것. 나와 아이들은 남편에게 "외도를 중단하라" 고요구했지만, 남편은 “졸혼을 요구할 땐 언제고 왜 간섭하느냐?”고 반박한다. 졸혼을 접고 예전처럼 남편과 다시 살아야 할까?

A: 부부 갈등은 언제 시작됐든 ‘적당한 해소’가 되지 않으면 중년 즈음엔 ‘이혼 충동’까지 유발할 수 있다. “빈 껍데기 같은 결혼생활 그만하자”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온다. 특히 자녀의 성장, 혹은 독립 시기에는 이런 감정이 더 거세지는데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 다소 감소하기 때문에 이런 충동이 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 참는 부부가 많은데, △자녀에게 ‘이혼 가정’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등의 이유에서다. 이렇듯 결단이 쉽지 않은 부부들의 차선책이 바로 ‘별거’와 ‘졸혼’이다. 법적·제도적으로 가정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배우자와의 관계, 감정, 의무는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 떨어져 살아도 괜찮은 걸까?

토머스&킬만(Thomas·kilmann)의 ‘갈등 관리 모델’에 따르면, 사람은 통상 갈등에 부딪히면 ‘경쟁, 협력, 타협, 회피, 순응’의 5가지 방식으로 대처한다. 별거나 졸혼은 ‘회피’ 대처 방식에 해당한다. 부부가 떨어져 지내면서 다툼과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가정의 소중함과 자기 문제를 깨닫는 기회를 갖는다면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특히 배우자의 폭력이나 중독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교정할 수 없을 때 현실적인 가정 유지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장기간의 별거나 졸혼은 이혼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본래 애착이 약하고 적기에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부부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첫째, 불신 오해 불만이 더 쌓인다. 둘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별거 동안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져 재결합을 원치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별거 기간 배우자의 외도, 알코올중독, 빈곤, 질병, 고독사 등 2차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억지로 재결합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고 갈등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불행을 이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침반 없이 사막을 걸으면 같은 곳을 맴돌며 거대한 원을 그리게 되는데 이는 우리의 다리가 아주 미묘하게 한쪽이 더 길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부부가 각자의 치우친 마음과 행동 때문에 불행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을 통찰하고, 서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먼저, 지난날 배우자에게 잘못한 일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마음의 상처는 고름과 같아 부부관계의 회복, 즉 새살이 돋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부 권력을 수평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수평적 구조의 동반자로서 상호 존중하며, 동등한 수준의 역할, 권한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셋째, 시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상대를 올려주기 위해 내가 내려갈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해야 할 사람과의 갈등을 ‘승부의 방식’으로 푸는 어리석음은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사하자. 미국의 칼럼니스트 레지나 브렛은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고 했다. 결국 행복을 만드는 주체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믿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 ‘내 행복’을 커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다. 인생이 늘 행복할 수는 없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





나현정 굿상담클리닉 원장·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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