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폭설까지... 종잡을 수 없던 올가을 날씨, 겨울에도 '이상기후' 경고

올가을 평균기온 역대 1위
무더위로 서리, 얼음 늦어졌는데
11월 첫눈 역대급 눈 폭탄

수도권에 기록적인 11월 폭설이 내렸던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 뉴스1

올가을은 여름 폭염과 겨울 폭설을 모두 품었다. 평균 기온은 역대 가을 중 가장 높았고 해수면은 최근 10년 가을 중 가장 뜨거웠다. 종잡을 수 없던 가을 날씨는 기후 변화 여파다.

기상청이 6일 발표한 '2024년 가을철(9~11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가을 전국 평균 기온은 16.8도로 평년(14.1도)보다 2.7도 높았다. 이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가을 기온이다. 특히 서울은 1948년 이후 76년 만에 9월 폭염 특보가 내려졌고, 춘천은 1966년 이후 처음으로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그 영향으로 첫서리와 첫얼음은 늦게 관측됐다. 서울의 첫서리와 첫얼음 관측은 모두 11월 7일로 평년과 비교했을 때 첫서리는 9일, 첫얼음은 4일 늦었다. 올가을 평균 강수량은 415.7㎜로 평년보다 149.6㎜ 더 많았다.

11월 중순엔 돌연 영하권으로 떨어지더니 하순엔 눈 폭탄을 투하했다.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영하 30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급격히 내려왔는데, 여름철 뜨겁게 달궈졌던 서해와 만나 거대한 눈구름이 형성됐다. 해수면과 공기의 온도 차가 크면 눈구름이 발달한다. 올가을 해수면 온도는 평균 23.6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2.5도 높았다. 특히 서해 해수면 온도는 22.4도로 같은 기간 평균보다 3.2도 높았다.

뜨거운 서해 해수면이 11월 눈 폭탄의 연료 역할을 하면서 11월 27일과 28일에는 수도권에 큰 눈이 내렸다. 28일 기준 수도권 주요 지역 일최심적설량(하루 동안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고 깊이)은 서울 28.6㎝, 인천 26.0㎝, 수원 43.0㎝였다. 서울은 근대적 기상 관측 117년 사상 가장 많은 11월 적설량을 기록했고, 인천과 수원도 역대 일최심적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 변화 여파로 올가을처럼 예전과 다른 계절을 경험하고 있다"며 "최근 기후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상청에서는 이번 겨울철에도 단시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변화를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