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체포 정치인들 과천 수감장에 수감하려"
'탄핵' 언급 대신 "업무 정지"… 사실상 탄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이번 탄핵은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탄핵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가 하루 만에 돌아섰다. 윤 대통령이 방첩사령부,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동원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탄핵'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론으로 정한 '탄핵 반대' 입장에는 '어쩔 수 없다'며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을 향해 윤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면서도 역풍을 우려해 정작 본인은 탄핵을 거론하지 않으며 발을 뺐다. 이날 윤 대통령과 만났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촉구하며 관철시키기보다는 고집불통인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 탄핵이 임박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어젯밤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을 경기 과천 수감장에 수감하려 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밤 국회 경내로 진입한 계엄군 일부가 체포조로 활동한 정황은 이미 공개됐다. 과천에 있는 방첩사령부로 체포한 의원들을 끌고 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언도 나왔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며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독대 자리에서 "체포 지시를 직접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의원들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직무집행 정지)을 뒤집을 만한 말을 못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계엄 선포 당일 정치인들을 체포 시도한 것은 특단의 조치 없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며 "과거 최순실 사태와 달리 이건 군을 동원해 국민을 향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진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제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임기단축 개헌은 110여 일 소요… 탄핵 또는 하야밖에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대표는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탄핵 반대' 당론엔 "당론으로 정해진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업무 정지'"라고 말했다. 최고위에서도 "직무집행 정지"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대통령의 직무를 속히 정지하려면 탄핵이나 하야뿐이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임기단축 개헌'의 경우 최장 100일이 넘게 걸린다. 윤 대통령이 당장 하야하지 않으면 한 대표가 탄핵에 나서겠단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끝내 탄핵을 말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비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7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 표결에 나서겠다고 못 박았다. 탄핵안 가결엔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힘(108석)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당시, 찬성한 친한동훈(친한)계 의원은 18명에 달한다.
18명이 모두 탄핵 찬성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 대표가 우회적으로 탄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만큼 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은 "내일 표결까지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친한계 조경태 의원 또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전날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했던 소장파 의원 5명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일부 친한계 의원들은 탄핵 반대 당론을 이유로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가결을 장담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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