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민국 여성과학기술인 대회]
'여성과기인 글로벌 혁신 리더십' 주제로 제2회 대회 열려
미국 학회 리더 맡은 박문정 포항공대 교수 등 강연
“글로벌 리더십을 얻게 된 데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파고, 이를 학계에 알리면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은 것뿐입니다.”
박문정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6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여성과학기술인대회’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미국 물리학회(APS) 고분자 물리분과의 부회장이자, 차기 회장으로도 내정된 박 교수는 고분자 말단 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낸 인물이다. 고분자 말단 화학은 고분자 사슬 끝 부분의 화학적 성질과 구조를 연구하고 제어하는 걸 말한다. 한국 대학의 여성 교수가 미국에 기반을 둔 국제 학회를 이끌게 된 비결로 박 교수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의 전문성”을 꼽았다.
올해 제2회차를 맞은 여성과기인대회는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한 해 노고를 격려하고, 서로 간의 연대를 높이는 자리다. 이날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주관으로 열린 행사에선 ‘여성과학기술인의 글로벌 혁신 리더십’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행사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주요 여성과학기술단체 인사를 포함, 산학연 과학기술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모인 각 분야 연구자들은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국제 협력은 연구생태계를 넓히는 건 물론, 여성과학기술인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 연구단장은 “우리나라는 정치적 변동에 따라 과학기술 논의가 다소 흔들리지만, 국제사회의 기술 흐름은 지속가능성 등을 필두로 견고하게 유지된다”며 “국제사회의 과학기술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국내 과학기술 로드맵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과학계에서 부상하는 중국과 협력을 높이되 배움이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은 이제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야 할 수준을 뛰어넘었기에 더 이상 ‘우리 연구비를 가져다 해외에서 배운다’는 발상은 불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애쓰는 연구자들에게 투자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원로 여성 과학기술인인 김영중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명자 카이스트 이사장에 대한 ‘대한민국 과학기술 유공자’ 헌정식도 열렸다. 김영중 교수는 국내 약학 분야 천연물 연구 1세대 과학자이며, 김명자 이사장은 전 환경부 장관을 지내며 과학 정책에 기여했다. 김영중 교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후배 여성 연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연구를 계속해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