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배제로 정상 외교 올스톱
트럼프 2기 출범 대응 골든타임 실기 우려↑
'11년 만' 시진핑 방한, 이시바 총리 방한도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배제돼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면서 2025년 대형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한국의 정상외교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한국은 당장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할 골든타임도 실기할 위기에 놓였다.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퇴진 전이라도 윤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향후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얼굴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럴 경우 철저하게 카운터파트(상대국의 동급 대화 상대)를 고려해 의제를 협상하는 외교 관례상 국가 간 정상적인 대화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외교계 관측이다.
먼저 한미 동맹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1기 행정부 전례에 비춰 '톱다운식 정상외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취임 직후 최대한 빠르게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한미 양국 사이에는 방위비 문제, 미국의 관세 인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정상급에서 물꼬를 터야 하는 의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두고 트럼프·김정은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 기류가 급물살을 탄다면, 우리 입장을 피력하고 정보를 공유받기 위해서라도 한미 정상 간 소통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이 당분간 윤석열 정부 관계자를 한국 외교 대화 상대로 만나줄지 미지수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1기 행정부 인수위 측은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다음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게다가 비상계엄 사태를 "심각한 오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미국 내 여론과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측은 현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더욱 조심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당분간 한미 관계는 정상 간 대화보다는 조현동 주미대사 중심으로, 상황 공유 위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2016년 탄핵 국면 당시 대통령 직무 대행 체제에서 트럼프 1기 인수위와 소통했던 경험이 있어 정국과 무관하게 외교부 차원의 소통을 차질 없이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일본과의 대화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면이 장기화한다면 11년 만에 방한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내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방한할 것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내년 1월 초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었지만 방한을 취소했다고 지난 7일 일본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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