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쟁탈 위한 체포·출금·압색 속도전>
①'존폐 위기' 사활 검찰 "수사 권한 가질 수 있어"
②첫 대형 사건 국수본 "우리가 내란죄 수사해야"
③별다른 성과 없던 공수처 "검경, 사건 이첩해라"
야당·시민단체는 "경찰·공수처→특검 이관" 주장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2·3' 비상계엄 수사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 혐의자들에 신속·엄정한 수사를 위해선 기관 간 협의가 필수적인데, 경쟁하듯 강제수사에 나서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복 수사를 이유로 법원에서 잇따라 영장이 기각되는 등 수사 비효율이 커지면서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이번 비상계엄 관련 수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국수본은 내란죄 수사 주체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수사권이 국수본에 있음을 천명했다.
"검경뿐 아니라 공수처, 군검찰 등 여러 기관이 수사 권한을 가질 수 있다(박세현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검경 수사에 공정성 논란이 있어 검경은 공수처 이첩 요청에 응해야 한다(이재승 공수처 차장)"며 검찰과 공수처가 자신들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검경과 공수처는 경주마처럼 경쟁하듯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의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을 꾸리자"는 제안을 국수본과 공수처가 거부하면서 수사는 세 갈래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비상계엄 전 과정을 주도한 경기 과천의 국군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군 핵심 피의자를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 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4명을 긴급 출국금지 조치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폰 등에 대한 포렌식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기관 인력을 모두 끌어모아 수사팀을 꾸렸으며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세 기관이 내란 수사에 앞다퉈 달려든 이유는 따로 있다. 검찰은 조직 존폐 위기에 처한 만큼 사활을 걸고 수사할 수밖에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대형 사건을 맞은 국수본, 출범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공수처도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문제는 중복수사를 이유로 영장이 반려되는 등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박안수 총장 등 군 핵심 피의자 4명에 대한 통신영장을 신청했다가 '중복수사로 인한 기관 간 협의 필요'를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을 당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장 기각 이유를 묻는 질의에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세 군데 수사기관이 동시에 관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재판 절차의 적법성, 증거능력 적법성에 직결되는 문제라 법관들이 무겁게 사건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청한 기한인 이달 13일까지 검찰과 경찰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갈등 해결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경찰이 신병인도를 요청할 경우, 검경이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특별검사(특검) 출범 전까지는 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하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수본을 방문해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출석한 것을 '봐주기'라고 규정하고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내란죄 수사는 공수처, 국가수사본부가 주도하되 빠르게 특별검사의 주도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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