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10일 스톡홀름 시상식 참석해 수상
헤밍웨이·에르노 등과 어깨 나란히
“존경하는 한강, 당신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게 돼 영광입니다. 이제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10일 오후 4시 49분(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스톡홀름콘서트홀.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노벨문학상 시상 연설자로 나선 엘렌 맛손 한림원 종신위원은 연설을 마치며 이렇게 한강 작가를 호명했다. 곧이어 한강 작가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고, 장내에서는 기립 박수가 터졌다. 올해로 124년째를 맞은 노벨문학상 역사에 마침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성 작가의 이름이 처음으로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상처받고 연약한 인간, 그러나 질문하는 힘"
‘노벨상의 도시’ 스톡홀름에서 이날 오후 4시 시작된 2024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이름은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전체 18명)이자 노벨위원회 위원인 맛손은 연설에서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연약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약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거나 다른 질문을 하거나 다른 문서를 요청하거나 살아남은 다른 증인을 인터뷰하기에 충분한, 딱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 한강 작가는 검은색 롱 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클러치백을 든 채 참석했다. 모든 참석자에 대해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드레스'를 원칙으로 하되, 자국 전통 의상은 허용하는 노벨상 시상식의 복장 규정을 따른 것이다. 노벨문학상 증서와 메달을 받는 순간, 스웨덴 국왕과 짧은 대화를 하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다만 관례에 따라 수상 소감을 밝히진 않았다. 노벨상 수락 연설에 해당하는 강연을 지난 7일 이미 한 데다, 시상식 직후 연회에서도 짧은 소감을 밝히는 자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리로 돌아간 뒤에는 증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 있었다.
스톡홀름 '블루 카펫', 한국인 최초로 밟아
시상식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스웨덴 국왕 부부가 무대에 오른 뒤, 한강 작가 등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도 오랜 전통에 따라 ‘블루 카펫’으로 덮인 단상에 올랐다. 이때 국왕 부부는 물론, 행사 참석자 1,300명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 분야 수상자들이 이룬 성취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행사장인 스톡홀름콘서트홀은 1926년 개관 이래 평화상을 제외한 5개 분야(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 시상식이 줄곧 열린 역사의 현장으로, 한국인이 ‘수상자’로 이곳에 선 것은 한강 작가가 처음이다.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시상식에 참석했었다.
한강 작가는 올해 수상자 11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21명 중 18번째 여성이기도 하다. 이로써 한강 작가는 미국 어니스트 헤밍웨이(1954년 수상), 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 독일 귄터 그라스(1999년), 프랑스 아니 에르노(2022년) 등 세계적 작가 반열에 명실상부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서 한림원은 지난 10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강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오슬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서도 '한강' 언급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스톡홀름콘서트홀과 약 1.4㎞ 떨어진 스톡홀름 시청에서 축하 연회가 이어졌다. 시청사 내 '블루홀'에서 열린 연회의 핵심은 특별 만찬으로, 올해 키워드는 '사과'와 '죽'이었다. 연회 시작 시간(오후 7시)까지 메뉴는 공개되지 않았다. 알프레드 노벨을 추모하는 국왕의 건배사로 막을 올린 연회는 4~5시간 진행되며, 한강 작가는 행사가 끝날 때쯤 수상 소감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 작가는 이날 오슬로에서 개최된 2024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도 언급됐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시상 연설에서 “올해 평화상 수상자는 니혼히단쿄(일본원자폭탄피해자단체협의회), 문학상 수상자는 한국 소설가 한강”이라며 “트라우마와 기억에 관한 한강의 글은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영국 문화예술잡지 화이트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가 했던 “나는 트라우마가 치유되거나 회복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포용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니혼히단쿄는 수상 연설에서 “전쟁(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하고 수행한 국가(일본)가 원자폭탄 피해에 대해 희생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한국인 피폭자들의 고통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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