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기 SG배 명인전’ 결승 1국 승리
정교한 수읽기로 위험했던 대마 수습 성공
실리 부족 실감한 이 9단, 돌파구 찾기 실패
3번기 승부서 1국 승리한 박 9단, 유리한 고지
승부는 마지막까지 진행됐던 안정적인 경기 운영 측면에서 판가름 났다. 대국 도중, 날카로운 반격도 나왔지만 초일류 반열 기사의 노련미를 당해내기엔 뒷심이 모자랐다.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바둑 기전인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결승(3번기·3판2선승제) 1국에서 이지현(32) 9단을 상대로 보여준 박정환(31) 9단의 승리 대국 결과다.
10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 대국은 생애 첫 ‘명인’ 타이틀을 향한 집념의 대결이란 관점에서 일찌감치 이목이 쏠렸다. 실제, 박 9단은 세계 메이저 기전 타이틀 5개를 포함해 국내·외 각종 기전에서 35개의 트로피를 적립했지만 지금까지 ‘명인’ 리스트 등극엔 번번이 실패했다. 이 9단 또한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개최됐던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서 한국팀원으로 출전, 단체전 금메달 획득 등을 포함해 각종 기전에서 꾸준하게 활약했지만 역시 ‘명인’컵엔 목마른 상태였다.
이처럼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시작된 이날 대국 분위기는 초·중반부터 박 9단에게 기울었다. 착실하게 좌하귀 실리(집)를 확보하면서도 불안했던 우변 대마 수습도 절묘한 수읽기로 상대 진영의 집까지 파괴하고 깔끔하게 성공하면서다. 집 부족을 실감한 이 9단이 막판까지 박 9단의 우변 대마 사활 추궁에 나섰지만 당시, 95% 이상 상대에게 넘어갔던 인공지능(AI) 승률 그래프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에도 대마 사활을 둘러싼 수순은 이어졌지만 돌파구 찾기에 실패한 이 9단은 158수 만에 박 9단에게 패배를 선언했다. 결국, 초반부터 상대에게 실리를 내주고 중앙 지향적인 세력 바둑에 기반한 이 9단의 대마 포획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었다. K바둑 채널에서 ‘제47기 명인전’ 결승 1국의 해설위원으로 나섰던 백홍석(38) 9단은 “오늘 대국은 어려웠던 중앙 대마 전투에서 박 9단이 실수를 찾아볼 수 없었을 만큼, 완벽한 수읽기를 보여주면서 승리로 이끌었다”며 “이 9단도 자신의 장기인 대마 사냥에 나서면서 승부를 어렵게 이끌고 나간 만큼, 후회 없는 대국을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박 9단은 3번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1국 승리를 가져가면서 이번 ‘제47기 명인전’의 우승 트로피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박 9단은 이날 대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대마 싸움에서 확신은 없었고 (자신의) 실수도 많았던 것 같았는데, 돌아가서 복기를 해보면 알겠지만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라며 “내일 열릴 2국은 5대5 승부로 보고 있는데, 포석 단계부터 잘 준비해서 나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명인전 결승전 2국은 11일 열릴 예정인데, 이 대국에서 이 9단이 승리하면서 1승1패의 결과가 나올 경우 최종국인 3국은 24일 벌어질 계획이다.
한편 지난 1968년 한국일보에서 창설한 명인전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진 하이원리조트와 함께 해온 이후 2021년부턴 SG그룹과 동행하고 있다. 우승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2,50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예선에선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본선에선 각자 100분에 1분 초읽기 3회가 각각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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