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18진상조사위원회가 4년여 임기를 마치고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안타깝게도 임기 종료 후 위원회 공식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최종 보고서를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접근할 방법은 없다.
과거사 위원회 홈페이지가 활동 종료와 함께 없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의문사위원회,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 제주4·3위원회 홈페이지도 오래전에 폐기되었다. 다행히 4·3위원회의 일부 자료는 제주4·3평화재단에,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일부 자료도 제2기 위원회 홈페이지에 존재한다. 하지만 의문사위원회의 자료는 국가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개별 문서에 대해 일일이 정보공개 청구신청을 해야만 열람할 수 있다. 5·18진상조사위 자료도 곧 이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5·18에 관한 관심이 국내외로 급증하고 있는 시기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위원회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로서는 위원회 활동 종료와 함께 홈페이지를 처리하는 일관된 절차와 관행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심각한 국가 폭력의 진상을 조사하고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는 과거사 위원회는 일반 위원회와는 다르다. 이들 위원회의 중요한 목적은 오랜 기간 억눌려 온 희생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명예 회복을 통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의 진상을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알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에 활동을 종료한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나 2003년 활동을 마친 페루 진실위원회 등 많은 해외 위원회가 홈페이지를 유지하고 있다.
위원회 홈페이지는 조사 결과 보고서만 게시하는 곳은 아니다. 위원장과 위원의 구성과 활동, 위원회 회의 일정과 자료, 보도자료, 각종 사진과 동영상, 유족의 질문과 답변 등 위원회 전체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이런 자료는 한번 폐기되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도 온전히 복원될 수 없다. 현 정책이 유지된다면 현재 활동 중인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와 여수·순천사건위원회의 홈페이지도 내년이면 사라질 것이다.
과거사 위원회는 이런 비극적 일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설립되었다. 이런 인식은 여야를 넘어 광주와 제주를 찾은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과거사 위원회의 모든 활동과 결정도 그 자체로 역사이고 사료이다. 이 아픈 사건들이 왜 일어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희생자와 유가족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고, 연구자는 조사해야 하고, 미래 세대는 쉽게 검색해 배워야 한다. 위원회 홈페이지가 임기 종료와 함께 인터넷에서 바로 사라지는 지금의 환경은 이를 매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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