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르면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며 어떻게든 '탄핵'만은 피하려 했던 한 대표가 끝내 돌아서는 것이다. 여당에서 8명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되는데, 11일 현재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은 최소 5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포함해 친한계 의원은 20명 안팎에 달한다. 14일 국회 표결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는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12일쯤 탄핵 찬성 뜻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14일 2차 탄핵안 표결 때 당은 '자율 표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는) 탄핵이 필요하단 입장에서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탄핵을 해야 하는데 국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니까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차 탄핵안 표결에 참석 의사를 밝힌 의원은 최소 1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표결 성립을 위한 정족수(200명)가 채워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 탄핵안 표결에 참석할 의사를 밝힌 조경태 안철수 배현진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의원 등 6명 외에 김소희 박정훈 유용원 진종오를 포함한 의원 5명이 본보와 통화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의원은 표결 참석은 물론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못 박았다. 이들 5명에 더해 3명이 동참하면 범야권 192명을 합쳐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명을 채운다.
지난 6일 윤 대통령과 면담 후 '탄핵 반대' 당론을 고집해온 한 대표가 강공 모드로 바뀐 건 당이 제시한 ‘조기 퇴진’ 방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2월 퇴진·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5월 대선'의 하야 로드맵을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한 대표는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던 윤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 약속이 깨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하야 대신 탄핵으로 정면 대응을 택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바로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을 통해 시비를 가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 단축 개헌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임기 단축 개헌은) 당내에서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렇다면 두세 달 뒤 하야하는 것보단 법리적 판단을 받는 게 낫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용산에 있는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최종심 일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재 결정까지 최장 6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당장 두 달 뒤 하야하는 것보다 탄핵 변론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끄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취지라는 게 윤 대통령 주변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가장 존경하는 선배였던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게 변호를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는 등 불법성이 없고 △계엄 선포가 통치 행위이며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을 중심으로 변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 폭주에 대한 경고"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탄핵을 넘어 구속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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