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상식 다음날인 11일 기자간담회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자신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신의 작품에 입문하려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정치 혼란 맞물려... '광주 질문' 집중된 간담회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진행한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소년이 온다는 실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집필 과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 책이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인간이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한 바 있다.
입문서로도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강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는 많은 독자가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한 바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아울러 한강 작가는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스톡홀름)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강 작가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번역가들에 감사도... "한국 작품, 더 많이 번역되길"
한강 작가는 자신의 여러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해준 번역가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번역가들과 저는) 함께 있는 것이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당초 전날 노벨상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통해 번역가들에게 감사를 전하려고 했으나 시간 관계상 소감문을 줄이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다고도 전했다.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배출이 늦었다는 데 대해 한강 작가는 "국가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번역된 작품이 있어야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작품)편 수도 어느 정도 쌓여야 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을 위해서 좋은 게 아니라, (번역을 통해)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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