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계엄 선포부터 12일 '정당화' 담화까지... 무슨 일이]
칩거 중 구속 가능성 염두... "그래도 끝까지 가겠다"
'감사원장 탄핵 기류 때부터 변하더라' 尹 주변 전언
국회부의장 출신 정진석... "안 됩니다" 했지만 무시
“내가 나를 직접 변호하겠다. 변론 요지서 한번 써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담화를 통해 ‘12·3 불법계엄 사태’에 관한 7,000자 분량의 궤변을 늘어놓기 직전까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3일 불법계엄 선포 이후 줄곧 두문불출했다. 그사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수사당국의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尹 "당연히 구속... 그래도 끝까지 가겠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본인이 직접 작성한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급작스러운 발표도, 여당을 향한 호소의 메시지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의 국가관과 현실 인식이 고스란히 담겼다. 향후 사태에 대비해온 셈이다.
윤 대통령은 주변에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변론 요지서를 직접 작성하겠다고 의욕을 보일 정도로 검사 본능에 충실했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당연히 구속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했다고 한다”며 “’그래도 왜 이렇게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항변하겠다’는 뜻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11월 감사원장 탄핵 국면에서 이상 징후
윤 대통령 계엄 폭주의 직접적 계기로 '감사원장 탄핵'이 꼽힌다. 국회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을 언급한 건 지난달부터다. 불법계엄을 준비한 시기와 겹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안 정진석, 尹·김용현에 항의.. 돌아온 건 "빠지시오"
계엄을 선포한 3일 밤 대통령실 상황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참담했다. 5선 의원 출신에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조차 외부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급히 호출을 받고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실장이 복귀 도중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상황을 물었지만, 김 수석 역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한 정 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취지로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은 매몰차게 “정 실장은 빠지십시오”라고 응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등장하자 정 실장은 김 전 장관을 향해 “이게 뭐 하는 겁니까”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오히려 정 실장을 노려보며 “계엄 해야죠”라며 맞받아쳤다고 한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