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제대로 처벌 안 받을까봐 걱정"
해외 거주자들도 "미룰 수 있냐" 문의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군 입대를 연기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2차 계엄'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이다.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보듯 윤 대통령은 여전히 불법계엄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국민들 입장에선 '2차 계엄' 가능성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해외에 있는 한국 국적자들의 입대 연기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재수생 박모(20)씨는 "군대를 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무서워졌다"며 "윤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신검(신체검사)을 계속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령이 떨어지면 동원될까 봐 무섭다. 부모님이나 지인들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나중에 가라고 말린다"고 덧붙였다. 장모(20)씨 역시 "육군이나 해병대에 간 친구들이 계엄 사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긴장감을 겪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만에 하나 2차 계엄이 선포될 경우 시민과 대치할 상황이 생기거나 상관의 불법 지시에 응했다가 처벌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신동원(20)씨는 "이번 계엄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고 다음에 계엄이 다시 선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입대를 미룰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미룰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군인으로서 이상한 명령을 받아 시민을 공격하는 상황이 생길까 솔직히 무섭다"며 "(계엄이 선포된 날) 국회에서처럼 (내가 군인인데) 시민들을 마주한다면 정말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부모들의 걱정도 쇄도하고 있다. 아들의 군 입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백경관(51)씨는 "한 달 전엔 입대 날짜를 못 바꾸는 걸로 안다"며 "아들이 입대하기 전까지 상황이 빨리 안정화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아들이 2일 공군 지원을 했는데 3일 계엄 발표가 나서 취소 가능한지 알아봤더니 안 된다고 한다. 탄핵이 안 된다면 군대를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글도 올라왔다. "12월 30일 논산훈련소 입대 예정이었는데, 아들이 군대 못 가겠다며 입대 취소를 했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도 걱정이 크다. 군인 상담 전문 행정사 A씨에 따르면 한국 국적인 해외 거주자들로부터 "이제 곧 한국에서 군 입대해야 하는데 괜찮은 거냐" "미룰 수 있냐"는 상담이 국제 전화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병무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질병 또는 심신장애 △가족 위독 등 가사정리가 필요한 때 △천재지변 기타 재난 △행방 알 수 없는 사람 △각군 모집시험 응시 △국외여행 △학교입학시험 △자녀출산, 양육 △학점은행제 학습기관 수강 △졸업예정자 등의 사유를 충족하고 증빙 서류를 내면 병무청 심의하에 입영일자를 연기할 수 있다. "최근 계엄 선포와 해제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입영 연기가 안 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문의에 병무청 측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연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행정사 B씨는 "입영통지서를 받은 후 연기 신청을 할 때는 납득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