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심판의 날이다. 국회가 14일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 '꼼수'로 일주일 전에는 무산됐다. 하지만 궤변으로 가득한 윤 대통령의 이틀 전 담화에 경악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여론의 불만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여당 의원들이 속속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2016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탄핵 저지선까지 단 1명… 與는 마지막까지 갈등
13일 국회에 보고한 탄핵안에는 △요건과 절차를 위반한 비상계엄으로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입하고 △국회의원, 정치인, 언론인 등의 불법체포를 시도해 △형법상 내란죄, 직권남용죄를 넘어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등 다수의 헌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를 적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내란죄 우두머리'로 규정해 책임을 물었다.
야권은 표결에 앞서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 윤석열은 국민을 향해 '광기의 선전포고'를 감행했다"면서 "단 한시도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단 한시도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셀프 인증'했다"고 비판했다. 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앞에서 응원봉을 들고 탄핵 촉구 결의문을 외쳤다.
탄핵안 통과 여부는 국민의힘에 달렸다. 그러나 자중지란에 빠졌다. 전날 선출된 '친윤석열계' 권성동 원내대표가 '탄핵 반대' 당론을 고집한 반면, 이미 공식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7명에 달한다. 비공식으로 찬성을 택한 의원까지 합하면 10명을 넘겼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 의석(192명)에 더해 탄핵안 통과(200표)에 필요한 8표를 채운 상황이다. 이에 여당은 14일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최종 점검하며 막판 표 단속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1차 표결 당시 당론으로 표결을 거부했다.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며 의결정족수 자체를 무산시켰다. 불법계엄 사태 이후 가뜩이나 성난 민심을 더 자극했다. 2차 표결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더라도, 자유 투표로 의원 각자 표결에 참여한다면 탄핵안은 가결이 유력해 보인다. 무기명 투표라 찬반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계엄이 초래한 8년 만의 탄핵 표결
윤 대통령은 3일 초유의 계엄선포로 탄핵을 자초했다. 꼬리를 물고 드러나는 당시 정황은 모두 윤 대통령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야당이 압승한 총선 이후부터 대통령은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툭하면 '계엄'을 입에 올렸다고 한다. '협치'와 '대화'에는 귀를 막았다. 계엄을 쉽게 생각했던 탓에, 실행도 막힘없었다. 충복들만 모아 계엄을 논의했고, 요식절차로 거친 국무회의에서 여러 참석자들이 극구 반대했지만 아랑곳없이 밀어붙였다.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출동한 계엄군에 직접 전화해 작전상황을 챙기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리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12일 7,000자 분량의 담화에서 불법계엄을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야당이 "광란의 칼춤을 춘다"면서 탄핵사태의 책임을 돌리고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휘둘려 왜곡된 상황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견디다 못한 국민들은 끝내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다시 끌어내릴 참이다.
이제 300명 국회의원의 선택에 달렸다.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꼴이라는 여당의 치졸한 계산도,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야당의 끝없는 교만도 접어야 한다. 오직 민의를 반영해 유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충실하게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바닥으로 추락한 정국의 혼란을 딛고 이제는 신속한 수습의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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