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성토의 장' 된 여당 의원총회
분열로 가는 보수...한동훈 제명 추진 관측도
"친윤계의 적반하장" 지적
한동훈의 정치력 부재도 한몫...분당 움직임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민의힘은 쑥대밭이 됐다. 그런데도 반목과 분열이 가중돼 보수진영은 궤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친윤석열계와 중진 의원들은 극우 지지층의 분노를 등에 업고 한동훈 대표에 '배신자' 낙인을 찍어 당권 탈환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과 불법계엄 선포에 대한 자성 없이 적반하장으로 오로지 희생양을 찾는 데 골몰한 모습이다. 한 대표는 지도부가 줄사퇴해 리더십이 무너졌는데도 거취 표명을 미루고 있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라서기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성토의 장' 된 여당 의원총회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의원총회는 '한동훈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중진 의원들 주도로 한 대표 사퇴안을 즉석에서 상정해 과반인 73명 찬성으로 통과시키는가 하면 "한동훈 불러와” “한동훈 어딨어”라는 막말이 터져 나왔다. "(탄핵안) 찬성표를 찍은 의원들을 색출해서 제명하자"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당 관계자는 15일 "인민 재판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의총 의결로 당대표를 끌어내릴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한 대표가 버티자 현직 의원인 최고위원 4명이 사표를 던졌다. 원외 김재원 최고위원도 동참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 지도부는 붕괴한다.
한 대표는 직후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한동훈 체제'를 지탱할 명분이 없다. 이미 비상대책위 전환 수순으로 들어섰다. 한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에서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
분열로 가는 보수...한동훈 제명 추진 관측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표결 당시 국민의힘은 의원 다수가 불참했다.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내란 동조 정당'이라는 민심의 거센 질책을 받고 있다. 이르면 내년 4월 조기 대선이 유력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다. 당 관계자는 "반성 없는 국민의힘이 재집권할 경우 여차 하면 계엄 선포를 또 할 수도 있다고 유권자들은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는 방패도 사라졌다. 108석 소수의석으로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낼 수 없는 처지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수사가 본격화하면 여당 인사들이 줄줄이 불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뭉쳐서 버텨도 모자랄 판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파국을 자초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뒤 한 대표는 물론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제명해야 한다며 공개 요구했다. 친한동훈계 인사는 "한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당적을 파내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앙시앵레짐' 꾀하는 친윤계..."적반하장" 지적
친윤계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을 복원하는 데 꽂혀 있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질뿐더러 책임정치와 한참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은 불법계엄이라는 전대미문의 도박을 자행해 당을 궁지로 몰아 넣은 원인 제공자인데도 애써 눈을 감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2차 표결을 앞둔 12일 담화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당 지도부가 우여곡절 끝에 제시한 조기 퇴진 로드맵을 거부하고는 "임기 문제를 비롯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던 약속을 걷어찼다.
이런 가운데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여론은 75%(13일 한국갤럽 기준)까지 치솟았다. 친윤계 권성동 원내대표마저 14일 탄핵안 표결에서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인정하며 사실상 이탈표 행사를 막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앞서 7일 표결 때는 보이콧으로 여당 의원들이 투표를 집단 거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책임이 큰 친윤계가 자중하기는커녕 당의 전면에 나서려는 것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주 웃기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신 교수는 "여당의 '탄핵 트라우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계엄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일"이라며 "이를 도외시한 채 아직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10%만 바라보고 진영의 결집을 꾀하며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은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동훈의 정치력 부재도 한몫...분당 움직임은 아직
한 대표의 정치력 부재도 뼈아프다. 무엇보다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뒤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표를 12표밖에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친한계 의원 20여 명 가운데 한 대표 뜻에 따른 의원이 절반도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의 사퇴조차 막지 못해 지도부 붕괴를 초래한 것도 한 대표의 한계로 지적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에서 탄핵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204표(범야권 192표 포함)밖에 안 나오면서 한 대표의 입장이 더 군색해진 면이 있다”며 “지금의 혼란은 한 대표의 정치력 부재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계파 갈등이 심화하자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당시 격한 당내 책임 논쟁 끝에 김무성 유승민 등 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실패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또한 보수 분열은 대선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당장 친한계가 당을 뛰쳐나갈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좀 더 우세하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는 핍박을 받더라도 당에 끝까지 남아 있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 제명 등 조치가 현실화한다면 상황은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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