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지정' HTS 등 반군과 직접 접촉
아랍국, 반군에 "평화적 정권 이양" 촉구
시리아 혼란 자국 영향 우려 예의 주시
14일 시리아 알레포 내 고대 알레포 성채 주변에서 얼굴에 '혁명기'를 그린 소녀가 사진을 찍고 있다. 알레포=AP 뉴시스
미국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과 직접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간 시리아 반군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했던 미국이 시리아 정권 이양 안정과 중동 정세 악화 방지를 위해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 아랍 국가도 시리아 상황 때문에 자국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로 다음 국면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 국무장관 "HTS와 직접 접촉"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요르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 무장 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포함한 시리아 여러 반군과 직접 접촉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HTS와의 직접 접촉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TS가 주도하는 반군은 지난달 27일 대규모 공세를 시작, 지난 8일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시리아 정부 권력을 이양받고 있다. 과거 국제 테러 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던 HTS는 여전히 미국 정부의 테러 조직 명단에 올라 있다. 하지만 HTS가 향후 시리아와 중동 전역의 정세를 좌우할 핵심 집단으로 급부상한 만큼 미국 정부도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요르단 홍해 연안 도시 아카바에서 아랍 국가들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아카바=EPA 연합뉴스
시리아 주변 국가들도 반군에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했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고위급 회담을 열고 "정권 이양은 시리아의 모든 정치·사회 세력이 참여하는 포용적인 과정이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담에는 12일부터 중동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을 비롯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도 참석했다. 이란과 러시아를 제외한 시리아 관련 핵심 국가들이 다 모인 셈이다.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철수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8일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지상군을 투입해 골란고원과 시리아 비무장 완충지대를 점거하고 있다. 1974년 정전 협정 이후 50년 만의 이스라엘 지상군 침공이었다.
"'아랍의 봄' 겪은 주변 국가는 경계 중"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광장에서 반군 깃발을 든 시리아 남성이 12일 다마스쿠스 검 기념비에 올라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다마스쿠스=AP 뉴시스
아랍 주변국들은 시리아 정권 몰락 이후 자국에도 정치 불안이 확산해 정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인근 국가 지도자들이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위주의 통치를 해온 아랍국들은 2011년 중동에 민주화 운동 바람을 불러온 '아랍의 봄'으로 심각한 정치 혼란을 겪었다. 이번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에도 혼란을 틈타 이슬람주의 정치운동이 대중을 상대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WP 설명이다.
WP에 따르면 아랍 7개국 대사들은 지난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HTS 대표단을 만나 시리아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HTS는 주변 나라들과 원활한 관계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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