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 산하 연구소가 인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이 중국 미사일의 사거리 이내인 한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는 건 적절치 않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염두에 두고 해외주둔 미군의 최적화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 주한미군의 축소나 임무 변화의 근거가 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미국 육군대학원 부설 전략문제연구소(SSI)는 28일(현지시간) '육군의 변화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미 육군의 전구(戰區) 설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물리적으로 미군은 동북아에 집중 배치돼 있고 이는 2차 한국전쟁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배치는) 창의적이고 공격적이며 변모하는 중국과의 초경쟁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SSI는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소수 시설에 미군을 집중하는 건 전략적으로 무책임하다"면서 "전진배치된 대부분의 병력이 중국의 재래식 탄도ㆍ순항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군의 역량을 빠르게 확충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실패나 패배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SI는 "이번 연구는 재래식 지상 방어에 대한 한국의 더 큰 책임,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공약 유지, 한미상호방위조약 지속 등을 가정한다"면서도 "미군 병력이 대규모 지상전에 참여하는 요구가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전시작전권 전환 및 한국군 현대화를 향한 진전이 한국의 자신감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군의 작전 능력을 키워 북한을 상대하게 하고 미군은 중국의 사정권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연구진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2018년 육군장관 재직 당시 지시에 따른 연구 결과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지난 17일 "인도태평양사령부 등에서 작전 공간 최적화를 위한 업무ㆍ태세의 통합ㆍ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21일에는 "주한미군 감축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해외주둔 미군 병력의 최적화를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인 포석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 변경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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