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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부족한 물, 다른 지역 못 준다”

입력
2020-08-05 15:14
수정
2020.08.05 17:51


합천 주민으로 이뤄진 합천동부지역 취수장반대추진위원회가 5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황강 하류 광역취수장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합천 주민으로 이뤄진 합천동부지역 취수장반대추진위원회가 5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황강 하류 광역취수장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는 환경부가 낙동강 유역 수질을 개선해 맑은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 중인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용역' 중간 성과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환경부를 비롯한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광역지자체와 경북 구미와 안동, 경남 합천과 창녕 등 기초자치단체 관계자, 전문가와 주민 대표, 연구 용역진 등 80여 명이 모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보고회는 취소됐다. 창원컨벤션센터 앞 광장에서 합천군민과 환경 단체 등 300여 명이 모여 합천 황강 물을 부산 등 다른 지역에 공급하는 것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낙동강 지역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는 보고회 현장을 찾아 "수문 개방과 보 처리 방안 없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은 낙동강 포기 선언이다"며 보고회 개최를 반대했다. 이 단체는 보고회 단상 옆에 줄줄이 자리를 깔고 앉았다. 환경부는 낙동강네크워크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장내 질서 혼잡을 이유로 보고회 개최를 전면 취소했다.

환경부의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중간보고 내용을 둘러싸고 물을 공급해야 하는 경남과 경북 지역들의 반발이 거세다. 낙동강 취수원 역할을 하게 되는 해당 지역의 물을 다른 지역에 공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 보고회에서 환경부는 합천 황강 하류 물 45만톤과 창녕 강변여과수 50만톤 개발, 초고도처리 조합 등 3가지 대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대안에 따르면 이 중 하루 총 개발물량인 95만톤 중 48만톤을 우선 동부경남인 창원시에 31만톤을 비롯해 김해시 10만톤, 양산시 6만톤, 함안군 1만톤에 각각 공급한다. 절반 가량인 나머지 47만톤은 부산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합천군 측은 “황강 물을 부산 등 다른 지역에 공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량 부족 등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이 상당히 커 관련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합천군의회는 지난달 20일 ‘황강 물 취수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결의문을 통해 “합천군의 발전과 미래를 위협했던 황강 취수장 건립이 현재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계획’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돼 다시 합천군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합천군의 생존을 위해 환경부와 부산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창녕에서도 강변여과수 개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온천수와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24일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으나 반대 입장만 확인했을 뿐이다. 관련 창녕 대책위원회 측은 강변여과수 개발사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시험공을 설치, 1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지하수 수위가 5m 내려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창녕 길곡, 부곡에 총 25개의 취수공을 설치해 하루 50만톤을 취수하는 강변여과수 개발사업을 2013년 착공해 추진하다 중지한 상태다.

낙동강 상류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지난 3일 인근 구미와 안동 등으로 취수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환경부의 중간 보고회 내용에도 포함돼 있다.

구미시는 “대구시가 제안한 취수원 공동활용에 대해 동의한 것이 전혀 없다”면서 “정부가 지난해 3월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방안 마련’ 등 2건의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은 취수원 이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한 용역이지만 용역 결과는 취수원 이전을 전제로 결과를 도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동시도 환경부의 연구용역 중간보고에 대해 “이전이든 다변화든 안동시민의 희생이 바탕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