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동안 700㎜가 넘는 물폭탄을 맞은 강원 철원군이 물에 잠겨 버렸다. 폭우를 견디지 못한 한탄강이 범람하며 4개 마을이 물에 잠겨 72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춘천과 화천, 양구에도 장대비가 연일 이어지며 도로가 끊기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양강댐도 방류를 이어가 한강수위가 상승할 전망이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전 현재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갈말읍 정연리, 김화읍 생창리 등 4개 마을이 잠겨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이들 지역에 지난달 31일부터 내린 비는 최대 746.5㎜에 달했다.
특히 5일 오후 한탄강 일부가 범람, 주민들은 인근 오덕초교와 복지회관, 읍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빠져 나오지 못한 주민들은 인근 야산 등 높은 지대로 몸을 피했다.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대피장소를 돌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범람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 최모(75)씨는 "집 뒤로 급격히 물이 들어차는 게 보여 옷만 급하게 챙겨 나왔다"며 "일부 주민은 옥상으로, 산으로 급히 피해 구조를 요청했다"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주민들은 흙탕물로 변한 평야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길리와 정연리 마을은 1996년과 1999년에도 물난리를 겪었다. 정연리는 연이은 수해로 마을 전체가 고지대로 집단 이주까지 했던 지역이다. 제방을 높이는 등 수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추진했으나 매일 쏟아붓는 장대비엔 속수무책이었다.
한탄강에 이어 임진강 지류 하천의 추가 범람 우려로 철원군은 철원읍 율이리와 대마리 주민 200여가구 440여명의 주민에게 철원초교 체육관으로 대피해 달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임진강 지류인 용강천 범람 우려 때문이다.
500㎜에 육박하는 춘천 등 강원 영서지역의 비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춘천시는 이날 오전 남면에 산사태 주의보를 내리고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이번 비로 강원도내 국도 등 도로 78곳이 한때 끊겨 통행이 제한됐다. 주택 57채, 농경지 265.2㏊가 쑥대밭이 됐다.
철원과 원주 각 1곳의 태양광 발전소는 석축이 무너졌고, 철원의 가스 저장고 1곳과 홍천의 공장용지 6곳이 토사 유출 피해를 봤다.
태백선(영월 입석∼쌍용)과 영동선(영주∼동해)은 토사 유입으로 닷새째 운행이 중단됐다. 비가 그치고 집계가 본격화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강원도는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수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기상청은 이날 철원과 춘천 등 강원 영서지역에 최대 1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