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집에 머물러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되자 시민들은 이번 주말 여행 계획을 취소 및 변경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며 스스로 방역 의식을 강화하고 나섰다. 온라인에는 '집에 머물라'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당부를 본따 만든 캐리커처 이미지가 확산하며 방역수칙을 준수하자는 자발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시민들은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는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2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7명 늘어 400명에 달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신모(31)씨는 24~27일 시부모와 함께 떠나려던 제주도 여행을 22일 취소했다. 비행기표와 숙박까지 위약금이 15만원에 달해 고민했지만, 이틀 연속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여명을 넘자 결국 여행을 포기했다. 신씨는 "7월 초 이미 예약을 다해놓고 이날만 기다렸는데 허탈하다"며 "시부모가 마음 편히 결정하라 해서 태풍까지 겹치는 걸 보고 결국 여행을 취소했다"고 했다.
온라인에도 휴가 취소를 인증하는 글이 쏟아진다. 인스타그램에는 '여행취소'라는 해시태그가 5,100여개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부모님 생일 기념으로 준비한 여행을 모두 취소했다"며 "엄마가 생일이 몇밤 남았냐고 묻고 또 물었었는데 가슴이 아프다"(wsy****)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올해 2월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주 여행을 취소했는데, 이번에 또 취소해 두 차례나 제주도를 못 가게 됐다"면서 "실망한 아이와 아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그****)고 호소했다.
어렵게 쓴 장기휴가를 날리는 것이 아까워 울며 겨자먹기로 여행지를 변경한 이들도 있다. 경기 김포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22일 강릉 일정을 변경해 대부도로 여행을 떠났다. 김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너무 급작스러워서 휴가를 차마 취소하지 못했다"며 "장기간 이동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대부도 펜션에서 조용히 머물면 사람들과 접촉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캐리커처 이미지와 '이번 주말에는 집에 머물러 달라'는 해시태그 문구가 캠페인 운동처럼 확산하고 있다. 주말에 집에 머물며 독서, 넷플릭스 등 영상 시청, 요리 등 각자 시간 보내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분위기를 독려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말 확산세를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한다며 "이번 주말에는 집에 머물러 달라"는 당부를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
한 누리꾼은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 본부장의 캐리커처를 올리고 "대한민국 안에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방역수칙 지키기에) 함께 한다"며 "가급적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면서 더 이상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넓****)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월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각 단계별 제한사항'이 확산 중이다.
이에 따르면 3단계에서는 △필수적 사회경제활동 외 모든 활동이 원칙적 금지되며, △모임 및 행사는 10인 이상에서 금지되고, △학교·유치원·어린이집은 원격 수업 또는 휴업으로 변경되고, △기업에서는 필수 인원 외 전원 재택근무가 권고된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3단계까지 가지 말고 여기서 잘 막아내자"며 방역수칙 지키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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