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서울의 불교, 천주교 종교시설에서도 발생했다. 지금까지 개신교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코로나19가 다른 종교 시설을 통해서도 확산한 것이다. 서울시는 대면 법회 및 미사 중지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8일 시와 영등포구에 따르면 불교 종파로 알려진 '일련정종' 서울포교소에서 교직자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신도 등 12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그간 불교와 천주교에선 집단 감염이 벌어지지 않아 기독교와 달리 대면 미사나 법회가 허용됐다.
방역당국은 첫 확진자 등이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나흘 동안 법회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하고 확산 경로 및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유미 시 시민건강국장은 "소모임을 따로 가졌는지, 식사 제공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며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추가 접촉자 및 최초 감염 경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시와 구는 나흘간의 법회 참석자 315명 중 207명에 대한 검체 검사를 실시, 이 중 확진자 12명을 확인했다. 18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108명에 대해서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집단감염지로 확인된 불교 종교시설은 무등록 상태에서 포교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일련정종 측이 '대한민국 일련정종'이란 명칭으로 재단법인 신청을 해 왔다"며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신사참배를 합리화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인 등록을 모두 불허했다"고 말했다. 일련정종은 일본 승려가 창시한 불교의 한 종파로 일본에서 건너왔다. 영등포구 소재 포교소는 시내 일련정종 관련 포교소 중 가장 큰 시설로, 700~800명의 신도가 법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는 추정했다. 시는 정확한 포교 시설 및 신도 수를 파악하기 위해 일련정종 측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날 천주교 성당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은평구 소재 '수색성당' 관련 환자는 총 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성당 교인이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교인과 지인 3명이 잇따라 확진됐다. 역학조사 결과 일부 확진자들은 성당 미사에 참석했고, 교인끼리 다과 및 식사 모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구는 '8월22일~9월2일 수색성당을 방문한 주민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반드시 검사를 받아달라'는 안전문자를 성당 방문자 400여명에 이날 보내 검사를 촉구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종교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이 지속되자종교시설에 대한 방역 수위를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종교시설에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 발길이 이어진다. 김경탁 시 문화정책과장은 "조계종을 비롯해 천주교에서 자발적으로 대면 법회ㆍ미사를 중단했지만 그 동안 확진자가 없었던 곳에서 환자가 나온 만큼 정부에 대면 법회와 미사를 중지해 줄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강동구 소재 콜센터에선 전날 4명의 환자가 추가 발생(총 22명)하면서 서울에선 산발적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조사 결과 콜센터가 사용 중인 8층 사무실 문 손잡이와 같은 층 에어컨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박 시민건강국장은 "문 손잡이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며 "콜센터와 사무실, 학교 등에선 두 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여의도ㆍ뚝섬ㆍ반포한강공원 일부에 대해 이날 오후 2시부터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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