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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 잇단 과로사

“심야배송 중단” 선언 바로 다음날… 한진택배 운송기사 사망

입력
2020-10-29 16:02
수정
2020.10.29 16:13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소공로 한진빌딩 앞에서 과로사 택배 노동자 추모 대학생 집회를 열고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소공로 한진빌딩 앞에서 과로사 택배 노동자 추모 대학생 집회를 열고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들의 사망이 잇따르면서 택배회사들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또 다시 한진택배 소속 화물 운송기사의 사망이 이어졌다. 수사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인데, 이번에도 과로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대전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1시30분쯤 대전 유성구 한진택배 터미널에 있던 트레일러 안에서 화물 운송기사 A(59)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협력업체 소속인 A씨는 약 3개월 전부터 한진택배에서 간선차 운송업무를 해왔다.

A씨의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평소 지병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고인이 과로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보당 대전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고인은 매일 밤 10시에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 출근해 물품을 실어 부산 지점에 하차하고, 다시 대전 집에 오면 오전 10시가 되곤 했다”며 “고인은 가족들에게 ‘너무 힘들다. 그만두고 다른 일 알아보고 싶다'며 과로의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A씨가 사망하기 전날 한진택배는 ‘밤 10시 이후 이뤄지는 심야 배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기로 예정돼 있어 A씨가 일하던 터미널에서는 여전히 심야 업무가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현행법상 택배노동자는 ‘자영업자’로 간주돼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대책을 통해 택배노동자의 처우와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19년 표준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규정한 협약을 인용한 최 위원장은 “현재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은 100여년 전의 국제기준조차 무색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세종= 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