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4년 전 대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규 투표자'가 주목받고 있다. 최소 3,000만명이 넘는 이들의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거나 유색인종이거나 저학력 유권자'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120년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도 들어맞은 듯하다.
민주당 선거자료 분석업체 '타깃스마트'가 8일 발표한 사전투표(우편투표+조기 현장투표) 분석에 따르면 30.1%(약 3,019만명)가 2016년 대선 당시 투표하지 않은 신규 투표자였다. 특히 이들 중 절반 가까이(48.1%)는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투표자는 38.2%였다. 올해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자의 비중이 총 투표자(약 1억5,900만명) 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했다. 신규 투표자들 가운데 선거 당일인 3일 현장투표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전체적으로 이들 신규 투표자의 표심이 승패를 가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4년 전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성향을 보면 이 같은 분석과 평가는 쉽게 이해된다. 당시 선거 직후 미국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특징을 △젊은 연령대 △대졸 미만 학력 △연간 3만달러(약 3,340만원) 이하 낮은 수입 △유색인종 등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성향들이다. 즉 이들이 올해 대선에 많이 참여할수록 바이든 당선인에게 더 유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된 유권자를 포함한 젊은층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높다. 1981~1996년에 태어난 일명 '밀레니얼 세대'는 3분의 2 가량이 스스로를 민주당 성향으로 규정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영국 가디언은 선거일 직전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신규 투표자들의 표를 가져간 게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실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를 염두에 둔 전략을 펼쳤다. 막바지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바이든 선거캠프의 베카 시지 수석분석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과거 선거에 매번 참여한 민주당원들보다 2016년 대선 등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겨냥해 유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WP는 2016년 대선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가 경합주(州)로 꼽힌 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6개 주에서만 약 2,000만명이라고 전한 뒤 "이들의 표심이 선거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신규 유권자 외에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이끈 요인은 여럿 거론된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더 심각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바이든 당선인에게 거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17%포인트나 높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중도 이미지 부각, 풍족한 선거자금을 활용한 TV광고 공세,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트럼프는 양극화와 선동만 일삼는 대통령"이라며 자신과 대비시킨 메시지 등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