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과 북극 빼고는 대부분 뚫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한국도 28일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 각국은 영국발(發) 입국을 금지ㆍ제한하고 유전자 분석 검사를 확대하는 등 필사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매서운 속도로 전파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일부 국가에선 영국발 입국자들이 방역 시스템을 허무는 행태로 물의를 빚으면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8일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해 유럽 14개국, 이스라엘 등 중동 3개국,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및 호주에서 5개국, 북미 캐나다까지 최소 23개국에 달한다. 미국도 유전자 검사율이 낮아 ‘공식’ 발견되지 않았을 뿐 이미 ‘조용한 전파’에 들어갔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등에선 영국과 종류가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더해지면서 지구촌은 ‘변이 포비아’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개발된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백신과 철통 방역으로도 막지 못하는 일부 몰상식한 행태와 그로 인한 공포심 확산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영국에서 인도 텔랑가나주(州)로 입국한 승객 150여명이 가짜 연락처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인도는 변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최근 한 달 간 영국에서 온 입국자 전원을 추가 검사하고 있었다. 텔랑가나주 공중보건 담당 스리니바사 라오 박사는 “가짜 연락처를 적은 이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주로 이동했을 수 있어 찾아내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며 “그들 중 상당수가 감염돼 있고 다른 이들에게 전파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스위스에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외국인 혐오증으로 이어졌다. 영국인 관광객 200여명이 격리 지시를 어기고 도주한 사건 때문이다. 21일 스위스 당국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14일 이후 영국에서 온 모든 입국자들에게 10일 격리 지침을 내렸지만, 한 스키 리조트에 묵고 있던 영국인 420명 중 절반가량이 몰래 그곳을 빠져나갔다. 더 큰 문제는 20일부터 영국행 비행기가 취소돼 이탈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소재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에선 영국인 관광객을 향한 혐오증까지 불거지고 있다. 스위스 신문 존탁스차이퉁은 “영어를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의심스러운 눈길과 부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남아공에선 지난 18일 발견된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APㆍ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리처드 러셀스 박사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실제 확진자는 (100만명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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