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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는 배우 윤정희, 프랑스에 홀로 방치돼"…靑 청원 등장

입력
2021-02-07 10:01
수정
2021.02.07 10:52
배우 윤정희가 2010년 영화 '시' 관련 인터뷰를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배우 윤정희가 2010년 영화 '시' 관련 인터뷰를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배우 윤정희(77)가 프랑스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윤씨는 국내 대표 피아니스트이자 남편 백건우(75)에 의해 2년여 전 알츠하이머에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일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를 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화배우 윤정희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먼저 올라 왔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청원인은 이 커뮤니티에서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으나, 이름이 ***으로 표시되고 관련 상황을 호소한 블로그 주소도 삭제됐다"는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에 따르면 윤씨는 현재 남편 백씨와 별거 중이며,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파리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롭게 알츠하이머와 당뇨로 투병 중이다. 슬하에 딸 한 명이 있지만 윤씨가 당뇨약 등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서 "(윤씨는) 직계 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윤씨는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같은 생활을 한다"며 "간병인은 따로 없고, 형제들과의 소통은 아주 어렵고 외부와 단절이 된 채 거의 독방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영화 '시'의 이창동(왼쪽) 감독과 배우 윤정희 2010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화 '시'의 이창동(왼쪽) 감독과 배우 윤정희 2010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윤씨의) 형제들이 딸에게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감옥 속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면서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원인은 "남편인 백씨는 아내를 안 본 지 2년이 됐다"며 "자신은 더 못하겠다면서 형제들에게 아내의 병간호, 치료를 떠맡기더니 지난 2019년 4월 말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 자고 있던 윤씨를 강제로 깨워서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백씨와 딸은 몇 달 후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했다"며 "감춰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 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렸다"고 언급했다.

2013년 배우 윤정희(왼쪽), 백건우 부부가 '섬마을 콘서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MBC제공

2013년 배우 윤정희(왼쪽), 백건우 부부가 '섬마을 콘서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MBC제공

이어 "윤씨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노후를 한국 땅에서 보내길 항상 원했다"면서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윤씨의 형제 자매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윤씨의 제대로 된 간병, 치료를 애원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백씨와 딸의) 응답이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청원을 한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배우 문희, 남정임과 함께 1960년대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인기를 누렸다. 무려 3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윤씨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이후 활동하지 않았다. 그는 '시'에서 혼자 손자를 키우며 시를 배우는 할머니 미자 역으로 열연했고, 그해 칸 영화제에 참석해 고운 한복 자태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