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4명 사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이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발생한 민간인 사망 사건을 축소ㆍ은폐하고 나섰다. 오히려 시민 불복종 운동(CDM)의 주력인 의료인에 대한 협박 수위를 높였다. 시민들이 제시한 증거와 국제 사회의 비난에 눈과 귀를 닫은 모습이다. 대신 외교전을 준비하고 있다.
24일 친군부 매체인 미얀마 글로벌 뉴라이트에 따르면 쿠데타 주역인 민 아응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전날 국가행정평의회(SAC)에서 "2~3주가량 시위가 벌어졌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관행에 따라 조치했다"며 "다른 나라들이 폭동을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사망 및 부상자 수와 비교하면 미얀마의 사망자 4명은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군부는 혼란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 넘겼다. 흘라잉 사령관은 "(처음 사망한) 20대 여성은 폭동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고, (다른 사망자들 역시) 군병력을 먼저 공격해 강철공이 아닌 고무탄을 사용해 진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실은 영상을 통해 자세히 확인되고 있다"며 "이것이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된 군의 선제 공격 영상과 "실탄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료진 판단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어 흘라잉 사령관은 "인간 생명에 해를 끼치고 있는 의료진의 비윤리적 행위로 전국 1,262개 병원 중 384곳이 문을 닫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파업에 참가한 국가 소속 의료진에 대해 해고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DM의 선봉에 선 의료진을 겁박해 시민들의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료진들은 되레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양곤종합병원 소속 의사 아웅투씨는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서민을 위한 의료 행위는 봉사센터를 통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환자를 떠난 것이 아니라 군의 통제를 뿌리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데타 전 보건부 부국장이었던 윈 코 코 떼인 박사도 "이번 경고로 군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잘 알게 됐다"며 "군정을 멈추지 않는다면 공공보건 체계도 복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부는 외교전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날 태국 외교부는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이 수도 방콕에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어 미얀마 군부와 마찬가지로 쿠데타로 집권에 성공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르윈 외교장관과 만나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동남아 외교가에선 이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세안 참관 미얀마 총선 재실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일상 속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양곤 등지 일부 식료품점과 쇼핑몰은 오전에 문을 열어 시민들에게 생필품을 팔았다.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도 멈추지 않았다. 양곤 대학가 집회에 참석한 시민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군부가 장기전을 노리면 우리도 같은 대응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민주화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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