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품목을 가리지 않는 원재료 가격 인상 여파로 우유, 라면 등 ‘서민 생필품’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생활물가 전반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서민 가계의 부담이 더 커질까 식품업계도 쉽게 ‘가격 인상’을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값이 8월 1일부터 오를 전망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지난해 원윳값을 동결하면서 올해 L당 가격을 21원 올리기로 한 합의에 변함이 없다”며 “8월 1일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L당 926원인 원유 가격이 947원으로 21원(2.3%) 오른다는 의미다.
유제품업계는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우유 급식이 중단된 곳이 여전히 많고, 우유 소비 부진 현상도 계속되고 있어 원가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3년부터 시행된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업체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할당된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매가격 상승은 소비자 판매가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 상태라면 1~2개월 정도 감내 후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우유 가격이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밀크 인플레이션’도 우려된다. 우유를 원료로 하는 치즈, 버터, 빵,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우유를 자주 사용하는 커피업계, 패스트푸드점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2018년 당시 원유 가격이 4원 오르자, 서울우유 등 우유 소비자 가격은 약 4%가량 올랐다. 이후 식품업계도 가격을 잇달아 인상한 바 있다.
라면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의 지난달 국제평균가격은 전년 대비 27% 인상됐고, 팜유도 71% 상승했다.
농심은 2016년 12월, 삼양식품은 2017년 5월, 오뚜기는 2008년 4월 이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라면 너마저...’라는 인식이 있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는 원재료와 기름값이 올라 걱정”이라며 “라면 3사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뚜기는 올해 2월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5일 만에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매출이 하락한 라면업계가 원가 상승 부담으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은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원가 상승 부담은 하반기에 더욱 커질 것”이라며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 3사 매출총이익률이 25%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원가 상승 부담으로 라면업계의 연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생활물가 인상으로 가계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파와 계란 등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과일, 채소 등을 기준으로 해 ‘밥상 물가’라고 불리는 소비자물가 신선식품지수(1분기)도 전년 대비 14.8% 올라 3분기 연속 10%대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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