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 있게 전달합니다.
2020년 국내에서 동물실험에 동원된 동물이 414만여 마리로 조사됐다. 이는 동물실험윤리제도가 도입?시행된 2008년부터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연간 최대치다.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매년 실험동물 사용실태를 조사?발표한다.
28일 검역본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에 동원된 동물 수는 414만1,433마리로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 이는 5년 전 287만 마리와 비교하면 43.8%나 늘어난 수치다.
기업에서 동물실험 가장 많아… 설치류가 85%
동물실험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은 기업(214만여 마리), 대학(115만여 마리), 국공립 기관(50만여 마리), 의료기관(33만여 마리) 순이었다. 특히 기업에서 이용한 동물 수는 2019년 약 174만여 마리에서 20%, 국공립기관 역시 43만여 마리에서 15% 각각 늘어난 수치다.
종별로는 설치류가 351만3,679마리(85%)로 가장 많았고 조류(30만8,546마리), 어류(23만1,386마리), 기타 포유류(5만5,026마리), 토끼(2만5,465마리), 원숭이(3,979마리), 양서류(3,119마리), 파충류(233마리) 순이었다. 설치류 가운데 마우스(생쥐)가 약 89%를 차지해 가장 많이 실험에 동원됐다.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동물은 조류(전년 대비 77.9%)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닭 질병 관련 백신 개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75%가 가장 고통스러운 D, E 등급
고통등급에 따른 동물실험 실시 현황을 보면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고통등급 E에 해당하는 실험에 175만7,000마리(42%)가 사용됐다. 이는 전년 148만9,000마리(40.1%)와 비교해 건수와 비율 모두 크게 증가한 것이다. '중증도 이상의 고통 억압'을 주는 D등급 실험 역시 130만9,000마리로 약 31%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았다. 동물실험은 동물이 겪는 고통을 기준으로 가장 약한 A등급부터 E등급으로 나뉜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발간한 '소리 없이 자행되는 수많은 죽음, 동물실험'이라는 이슈 리포트를 통해 "75%가 고통이 심한 실험에 이용되는 것은 동물보호법상 동물실험 대체(Replacement), 사용 동물 수 감소(Reduction), 실험방법 개선(Refinement)을 요구하는 3R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2019년 기준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동물이 경미한 고통을 겪는 B, C등급(70.6%)에 사용됐고 높은 고통을 겪는 D, E 등급(29.4%)은 이보다 낮았다. 특히 D, E등급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고통정도에 따라 동물실험을 4단계로 분류하는데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나 경증의 고통을 유발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며 가장 심각한 고통을 초래하는 단계는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동물실험 급증 이유는 정부가 요구하는 '규제시험' 때문
동물실험이 급증한 것은 '법적인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규제시험'에 동원되는 동물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약품 등 승인을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시험인 규제시험에 사용된 동물은 179만5,709마리로 전년 147만1,163마리보다 21.8% 늘었다. 이는 전체 동물실험의 43.4%를 차지한다.
EU의 경우 2017년 기준 법적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시험은 23%인 반면 기초연구(45%)와 중개 및 응용연구(23%) 비율이 높았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규제시험 가운데 과학적 가치가 없는 형식적 실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라며 "대체실험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과 대체방법을 활용한 사업예산' 비중 가운데 실험동물 활용 예산은 28.6%지만 동물모델 대체를 위한 기술개발 예산은 1.36%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동물실험 실태 자료는 동물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대체실험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많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라며 "대체실험을 위한 제도개선과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것이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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