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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도쿄올림픽

서채현, 도쿄에서의 눈물은 파리에서 웃음으로 빛날 거야

입력
2021-08-06 23:01
수정
2021.08.06 23:12
서채현이 6일 일본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에서 3번 과제 존을 공략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서채현이 6일 일본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에서 3번 과제 존을 공략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 스포츠클라이밍의 마지막 경기일인 6일, 여자부 콤바인 결선이 열린 일본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 3가지 세부 종목(스피드·볼더링·리드) 가운데 마지막으로 열린 리드를 앞두고 암벽 앞에 쪼르륵 선 8명의 결선 진출자 가운데 맨 끝에 나선 서채현(18)의 체구는 유독 작고 가냘퍼 보였다. 8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한 10대인 그는 앞서 열린 스피드에서 최하위인 8위, 볼더링에선 뒤에서 2등인 7위를 기록해 총점 56점으로 메달 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표정도 썩 밝아 보이진 않았다. 스포츠클라이밍 점수는 3개의 세부종목 순위를 곱해 그 수가 낮을수록 높은 순위를 받는데, 1위를 해도 메달권 진입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

서채현은 그러나 자신의 주종목인 리드가 시작되자 스파이더맨처럼 능숙하게 벽을 탔다. 담담한 표정과 똘망똘망한 눈으로 침착히 과제를 풀어갔다. 이때까지 스피드에서 5위, 볼더링에서 1위를 기록한 뒤 리드에서도 선두를 달렸던 얀야 가른브렛(슬로베니아)이 금메달을 확정했고, 일본의 노나카 미호는 은메달을 확정했다. 서채현이 리드 1위를 기록하면 동메달까지 가능한 상황이지만 입상을 확정한 선수들은 일찌감치 자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채현이 리드 1위에 근접하자 그들은 숨죽인 채 서채원의 활약을 지켜봤다. 특히 3위 자리를 뺏길 수 있던 일본 베테랑 노구치 아키요의 표정이 갈수록 일그러졌다.

서채현 경기 이전까지 얀야 간브렛이 37+로 리드 1위를 달렸다. 서채현이 38개 이상에 성공하면 리드 1위를 차지해 총점 3위로 대역전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서채현은 36번째 홀드를 향해 손을 뻗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리드를 35+로 2위로 마친 그는 총점 122점이 돼 결선을 최하위인 8위로 마무리했다. 리드는 오를 때마다 터치하는 홀드 개수로 점수가 매겨진다.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퀵드로에 로프를 걸면 ‘완등’이고, 중간마다 홀드를 확실히 잡고 다음 홀드를 향해 유효하게 손을 뻗으면 ‘+’가 붙는다. 홀드를 추가했다면 아키요를 끌어내리고 동메달을 차지했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메달 도전은 3년 뒤 파리올림픽으로 미루게 됐다.

서채현(왼쪽)이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부 경기를 마친 뒤 이창현 감독과 함께 대회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김형준 기자

서채현(왼쪽)이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부 경기를 마친 뒤 이창현 감독과 함께 대회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김형준 기자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서채현은 눈물을 훔쳤다. 울먹이던 서채현은 “결선에 가면 마냥 즐겁게만 (경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좋은 성적으로 결선에 가니 욕심이 생겼던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더링에서 생각보다 안 좋은 성적이 나온 터라 리드는 ‘나만의 등반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리드에선 중간에 실수가 한 번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내가 가진) 힘은 다 쓰고 내려온 것 같아 괜찮았다”고 했다.

앞서 남자부 콤바인에 출전한 천종원(25)은 예선에서 10위를 기록,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티켓을 잡진 못했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지만, 이번 경험은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선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와 볼더링, 리드를 모두 합친 이번 대회와 달리 2024년 파리 대회에선 스피드 종목만 따로 분리되고 볼더링과 리드를 묶은 콤바인 종목에 별도의 메달이 걸리게 되면서다. 서채현은 “(이번 대회에서)결선 무대를 뛰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면서 “(3년 뒤)파리에서는 꼭 리드를 1등 하고, 볼더링도 잘 하면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감독도 희망을 얘기했다. 이 감독은 “다른 나라 선수들도 훈련을 많이 했겠지만, 우리 선수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훈련을 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참고 또 참아가며 잘 따라와줬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도쿄=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