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8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일본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식지 않고 있다. 일본 내부에선 "재미없는 폐회식"이란 혹평이 쏟아지며 오히려 폐회식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일본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은 15일까지 대국민 앙케이트 '도쿄올림픽 폐회식, 당신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몇 점입니까'를 진행하고 있다. 앙케이트에 참여한 사람 대부분은 0점 혹은 1점을 줬다.
9일 오후 4시 기준(총 7만2,932명 참여) 0점이 39.8%(2만9,010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10점이 15.8%(1만1,521명). 세 번째 높은 점수는 1점으로 10.4%(7,590명)였다. 0점과 1점을 합치면 참여자 절반이 최하점을 준 셈이다.
일본 누리꾼들은 "재미없는 연출로 인내 시합이 된 폐회식을 참은 선수들에게 1점", "감동이나 용기를 주지 못한 정말 재미없는 대회였다", "세금을 업자에게 뿌릴 거면 뭣하러 행정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폐회식이 진행 중일 때 일본 트위터에선 '재미없다'가 트위터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트위터 트렌드는 트위터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알 수 있는 지표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개회식 때 화제가 된 '픽토그램 팬터마임' 이미지와 함께 "올림픽 대회 정리를 돕는 픽토그램들"이란 글을 올렸다. 픽토그램 인형들이 도쿄올림픽의 흔적을 지우는 그림으로, 도쿄올림픽의 개·폐회식을 통틀어 픽토그램만 남았다고 꼬집은 것이다.
일본 매체들도 폐회식이 아쉬웠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쥬니치스포츠는 8일 밤 '개회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낙담의 목소리가…"이걸로 끝은 아니죠?"'란 제목의 기사를 다뤘다.
쥬니치스포츠는 일본 누리꾼들이 "테마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뭐지. 이 섣달그믐달이 뜬 밤 11시 45분 같은 분위기는", "완전히 기대를 벗어났다" 등 불만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일본 국민이 싸늘하게 반응하는 건 선수 입장 전까지 이뤄진 퍼포먼스를 제외하면 폐회식이 특징 없이 차분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인기 가수의 공연 등 흥을 돋울 만한 요소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폐회식 도중 퇴장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지루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비판도 많았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폐회식 이튿날인 9일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 폐회식 콘셉트를 크게 바꿨다"며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억제된 분위기 속에서 치렀다"고 반박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폐회식"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누리꾼들은 "폐회식에서 마스크를 안 쓴 선수가 많았다. 그리고 사람들끼리 엄청 붙어 있다", "국민에게는 코로나19라 자숙해야 한다고 하더니 폐회식에선 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건 수수께끼"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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