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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로고는 쇼트컷 여성? '성평등 올림픽'이니까

입력
2021-08-10 08:47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로고.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로고.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다음 하계 올림픽인 2024년 파리올림픽 로고가 온라인에서 화제다. 특히 2019년 이미 공개가 됐는데도 2년이 지나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그 배경에는 파리올림픽 로고가 '쇼트컷 여성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누리꾼들의 짐작과 정확히 일치한 것은 아니지만, 파리올림픽 로고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로고가 맞다. 2024년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녀 선수가 같은 숫자로 참가하는 '성평등 올림픽'이기도 하다.

2019년 10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24 올림픽·패럴림픽 로고를 소개하면서 금메달, 올림픽 성화를 의미하는 불꽃, 그리고 프랑스 국가의 의인화이자 공화국과 혁명의 상징인 마리안(Marianne)을 조합한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추상적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담은 로고가 등장한 사례다.

"1900년 파리올림픽, 최초의 여성 참가 기념"

프랑스 북부 에타플 시청에 위치한 마리안 흉상. 마리안은 프랑스 공화국의 이념인 자유와 이성 등을 의인화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두건 형태의 모자를 쓰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파리올림픽 로고의 모티브가 됐다. 에타플=AFP 연합뉴스

프랑스 북부 에타플 시청에 위치한 마리안 흉상. 마리안은 프랑스 공화국의 이념인 자유와 이성 등을 의인화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두건 형태의 모자를 쓰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파리올림픽 로고의 모티브가 됐다. 에타플=AFP 연합뉴스

국내 언론은 이달 들어 해당 로고가 '쇼트컷'을 연상시킨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주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 사이에 해당 로고가 '캐런 밈'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캐런'은 지난해 흑인 생명권 운동(BLM)이 벌어졌을 때 인종차별 문제에 관심과 문제 의식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백인 중년 여성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금발의 짧은 머리를 한 여성으로 인종차별주의자를 정형화하는 경향이 있어 당시에도 성차별적 성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정말로 이 로고가 '쇼트컷 여성'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최소한 여성을 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조직위는 로고를 공개하면서 1900년 파리올림픽에 여성이 처음으로 참가한 것을 상기시켰다.

몇몇 네티즌은 이것이 1924년 파리올림픽 또한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20년대 유럽에서는 여성의 쇼트컷이 크게 유행했다. 이 시기에 소설가 빅터 마르게리트의 소설 '라 가르송(짧은 머리를 한 여성)'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파리 올림픽 로고(왼쪽)와 데이팅앱 '틴더' 로고.

파리 올림픽 로고(왼쪽)와 데이팅앱 '틴더' 로고.

파리올림픽 로고는 공개 당시에도 데이팅앱 '틴더'나 헤어숍이 연상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애초 로고가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불꽃인 만큼, 역시 불꽃을 모티브로 삼는 '틴더(불쏘시개란 뜻)'의 로고와 비슷한 모양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고를 제작한 디자인 회사 로열티스에코브랜딩의 실뱅 부아예는 "내가 SNS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람들은 마치 아침에 생각해 저녁에 내놓은 것마냥 디자인을 대했다"며 "난 결과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남녀 5,250명씩 참가...역사상 최초 '50 대 50'

8일 도쿄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8일 도쿄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로고만이 아니라 파리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을 예고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128년사에서 처음으로 남성과 여성 선수가 같은 비중으로 참가하는 올림픽이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에는 시범 종목을 포함해 남성과 여성 선수가 각각 5,250명씩 참가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IOC는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 비중을 높여 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성 선수의 비중은 45.6%, 올해 도쿄올림픽에서는 48.8%였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지금까지 남성 선수가 많았던 육상과 복싱, 사이클 등에서 남녀 같은 수의 선수가 참가하게 된다.

파리올림픽에서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은 남성만이 참가하고, 축구와 수구는 남성 팀 수가 여성보다 2팀 더 많다. 반대로 아티스틱스위밍과 리듬체조는 여성들만 참가한다. 이렇게 해서 올림픽 전체적으로 참여 선수는 남녀 동수가 된다. 아울러 파리올림픽에선 혼성 종목도 도쿄(18개)보다 4개 늘어난 22개가 펼쳐진다.

강해지는 여성의 힘, 미국 도쿄올림픽 1위 비결

도쿄올림픽 여성 육상 1,600미터 계주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육상 대표팀 선수들이 국기를 두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앨리슨 펠릭스, 애싱 무, 달라일라 무하마드, 시드니 맥러플린. 도쿄=AP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여성 육상 1,600미터 계주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육상 대표팀 선수들이 국기를 두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앨리슨 펠릭스, 애싱 무, 달라일라 무하마드, 시드니 맥러플린. 도쿄=AP 연합뉴스

올림픽 종목의 재편과 함께 여성 선수의 강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과 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순위 1위를 차지한 미국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팀이 획득한 전체 메달 113개 중 66개를 여성이 따냈고(남성 41개·혼성 6개), 금메달 39개 가운데서도 23개는 여성이 획득한 것이다. 66개는 미국 여성의 올림픽 출전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여성의 선전이 메달 레이스에서 미국이 중국에 전체 메달 수는 물론 금메달 1개 차로 앞서는 데 이바지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IOC의 여성 종목 확대와 함께, '타이틀 나인'을 미국 선수단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1972년 미국에서 제정된 연방민권법 '타이틀 나인'은 교육 현장에서의 성차별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고, 이후 미국의 여성 스포츠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 이사 도나 드 바로나는 이날 언론에 보낸 문자에서 "미국 팀의 성공을 기뻐하면서 50년 전 제정된 타이틀 나인이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들이 경쟁하고, 이끌고, 승리하고, 영감을 주도록 힘을 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