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은 극도의 공포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카불을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된 공항의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현재 카불 국제공항과 인근 도로는 마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정권을 장악하자 주민들은 서둘러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가기 위해 출국 행렬에 나섰다.
트위터(SNS)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공항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인파가 끝도 없이 몰렸다. 한 영상에선 시민들이 비행기에 먼저 올라타기 위해 탑승구인 트랩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미군의 발포로 일부 시민이 공항에서 숨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활주로를 점령한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경고 사격을 가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미군의 발포로 공항에서 아프간인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보안군 소식통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공항 내부도 아비규환 상태다. AP통신은 "공항에 항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와 긴 줄을 서고 있다"며 "은행에도 돈을 인출하려는 이들이 몰려 한때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불 시내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행렬로 도로 곳곳이 꽉 막힌 영상도 잇따라 올라왔다.
SNS에선 '탈레반이 공항까지 점령해 민항기가 더는 뜨지 못한다' '공항을 향해 달려가는 시민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다' '공항에 불이 났다' '공항 가는 길을 탈레반이 막았다' 등 시시각각 변하는 공항 상황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도시가 마비될 정도로 주민들과 외국인들이 탈출을 서두르는 건 과거 탈레반이 통치했던 기간에 극단적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당시 음악과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때려 죽게 했다.
여성들의 교육과 작업을 금지했고,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행했다.
한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할 피란민이 55만 명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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