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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조력자 입국

난민이 오면 자국민은 정말 손해를 볼까

입력
2021-08-28 19:00
미군의 철수 작전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일가족 모습. 미국 중부사령부 제공 AFP 연합뉴스

미군의 철수 작전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일가족 모습. 미국 중부사령부 제공 AFP 연합뉴스

"유럽에선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난민들이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

20년 만에 탈레반 세력이 다시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되찾으면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난민 수용 반대' 목소리가 크다. 앞서 2014년부터 이어진 예멘 내전으로 난민이 제주도로 유입된 사실이 알려진 2018년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이 터져 나왔다.

사실 난민에 대한 거부감은 특별한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민족과 지역, 시점과 상관없이 난민이 온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난 뒤 남베트남 난민을 받아들인 미국에서도, 1990년대 발칸 전쟁 이후 몰려든 난민에 문을 연 서유럽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근거도 대동소이했다. 예나 지금이나 강조되는 반대 논거는 ①난민이 범죄를 일으켜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 ②저임금 노동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와 복지 면에서 해당 국민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난민 관련 각종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①난민들이 오면 범죄가 늘어난다?


인도네시아 내 아프가니스탄 출신 주민들이 24일 자카르타의 유엔난민기구 대표부 앞에서 아프간 난민의 제3국 정착 지원을 요청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EPA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내 아프가니스탄 출신 주민들이 24일 자카르타의 유엔난민기구 대표부 앞에서 아프간 난민의 제3국 정착 지원을 요청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EPA 연합뉴스

난민을 향한 혐오 정서의 밑바탕에는 이들이 범죄에 연루되기 쉽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난민이 재난과 폭력 등의 좋지 않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옮겨오고, 재정착에 어려움을 겪다보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경제정책연구소(CEPR) 등 프랑스와 스위스 연구진이 스위스 내 이민자를 대상으로 2009~2016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어렸을 때 전쟁이나 대량학살 등을 겪었던 난민들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일반 수준에 비교해 35%가량 높았다.

하지만 이런 범죄는 같은 국적 출신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난민은 주로 내전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도피했고, 자신이 살던 나라의 폭력과 분쟁이 장소만 옮겨 그대로 이민국에서도 같은 국적 사람들을 상대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난민 재정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특히 이민자가 새로운 정착지의 노동시장에 유입돼 경제적으로 수익을 얻으면서 "범죄를 일으키지 않을 경제적 유인"이 있다면 범죄 연루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이민자가 경제에 미치는 연구를 담당해 온 미국의 연구소 신미국경제(New American Economy)의 연구에 따르면, 2006~2015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지역 10곳 중 9곳은 범죄와 중범죄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딱 한 곳 늘어난 곳은 미국 내 심각한 문제였던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남용 문제가 심각해 밀매 조직들이 활발히 움직였던 지역이었다.


②'유입되는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가 일자리 뺏는다?


"폴란드에 어서 오세요." 2005년 유럽헌법조약 비준 반대파들이 내세운 '폴란드 배관공' 이미지를 역이용해 폴란드 관광청이 내놓은 홍보물이다. '폴란드 배관공'이란 인구 이동 제한을 풀었을 때 값싼 노동력이 유입돼 전체 임금이 낮아지는 서유럽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폴란드관광청

"폴란드에 어서 오세요." 2005년 유럽헌법조약 비준 반대파들이 내세운 '폴란드 배관공' 이미지를 역이용해 폴란드 관광청이 내놓은 홍보물이다. '폴란드 배관공'이란 인구 이동 제한을 풀었을 때 값싼 노동력이 유입돼 전체 임금이 낮아지는 서유럽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폴란드관광청

난민이 자신들을 받아들인 국가에 잘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 공급 충격'이 발생한다는 가정에 따라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특히 유럽의 저소득층 사이에 난민·이민자 혐오정서를 빠르게 퍼트리면서 국수주의적 이민 제한 강화 정책을 지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터키와 요르단을 보면, 대규모 강제 이주로 인해 임금이 감소했다거나 노동이 과잉 공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시리아 난민 390만 명 이상을 수용한 터키는 이민자가 들어오면서 지역 경제의 수요 증가, 자본 공급, 생산성 등이 지역 노동력 공급 증가의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난민 중 중소기업을 창업하고 고용주가 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은 터키 경제에 3억3,4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업체당 평균 9.4명의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도 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는 이민 옹호론자로 잘 알려졌다.

이들이 함께 쓴 '어려운 시대의 좋은 경제학'에서 이민이 '공급 충격'을 불어일으키지 않는 이유로 ①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②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일정 기간 유지된다 ③이주민은 현지인과 경쟁하지 않고 덜 숙련된 업무를 맡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정착지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가항력적으로 유입된' 난민이 등장하면 현지인은 오히려 더 급여가 높고 고숙련인 직종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③난민 정착 비용은 손실이다?


사하라 남부에서 이주해 온 여성이 6월 튀니지 남부 메드닌에 자발적으로 결성된 '이민자 지원 기구'가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 재정착 교육을 받고 있다. '이민자 지원 기구'는 이 지역 8개 의료단체가 연합해 조직한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문 난민지원 기구다. 메드닌=AFP 연합뉴스

사하라 남부에서 이주해 온 여성이 6월 튀니지 남부 메드닌에 자발적으로 결성된 '이민자 지원 기구'가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 재정착 교육을 받고 있다. '이민자 지원 기구'는 이 지역 8개 의료단체가 연합해 조직한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문 난민지원 기구다. 메드닌=AFP 연합뉴스

보통 난민은 정착 후 몇 년 동안은 옮겨 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지원을 받는다. 이것이 재정에 부담이 되고, 해당 국가 국민들이 받아야 할 복지 혜택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국가의 총 경제 규모를 성장시키는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국제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의 경제학자 마이클 클레먼스는 "미국은 약 8년이 지나면 정착 난민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넘어서는 세입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인구조사국에서 실시하는 지역사회조사(ACS) 통계를 바탕으로 한 연구를 근거로 내놓았는데, 이 연구는 정착한 지 20년이 지나면 난민은 1인당 평균 2만1,000달러(약 2,400만 원)의 순 세입을 가져온다고 추산하고 있다.

클레먼스는 다만 난민을 최대한 빨리 노동 시장에 편입시켰기 때문에 비용이 수입으로 바뀐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고 난민들의 취업을 제한하거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임시 거처'에만 머물게 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난민은 이주지의 '모범시민'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 가든그로브에서 열린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참가자들이 호신술 수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 적응했지만 여전히 '타자'로 취급된다. 가든그로브=AFP 연합뉴스

지난 3월 캘리포니아 가든그로브에서 열린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참가자들이 호신술 수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 적응했지만 여전히 '타자'로 취급된다. 가든그로브=AFP 연합뉴스

난민을 무제한으로 받아들이면 이들이 현지 문화나 풍습 등에 동화하지 못하고 '문화적 침략'을 저지를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바네르지와 뒤플로는 "이민자들이 '부자 나라'로 오고 싶어한다는 선진국 주민의 편견과 달리 대부분은 고국을 떠나기 싫어한다"며 "이주는 상당한 비용이 들고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75년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시)의 함락과 함께 미국으로 유입된 베트남인 10만여 명도 상당히 어려웠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3%가 난민 재정착에 반대했고, 상당수는 갑작스레 고국을 떠나야 했기에 미국에서 '후원자'를 찾아야 했다.

보통 이들을 고용한 회사와 교회, 시민단체 등이 후원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후원이 많았던 것은 "공산주의 정권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도망친 이들"이라, 미국도 이들을 도와야 할 도덕적 의무감과 정치적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계 이민자 출신 미국인 연구자 프엉 쩐 응우옌은 그러나 도덕적 의무감 말고도 결과적으로도 베트남계 공동체가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잘 잡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의 나라' 미국이라 해도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은 예나 지금이나 팽배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복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인 대부분은 (아프간) 난민을 방금까지 서로 싸웠던 적대 세력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에 맞서 이들이 우리의 친구라는 점을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