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싫고, 국민의힘도 싫다.'
여야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유권자들의 비율이 양당 지지도보다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하는 8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無黨層)이라고 밝힌 응답이 31%로 나타났다. 20%대에 머물던 무당층 비율이 30%대를 돌파한 것이다.
민주당은 30%, 국민의힘은 27%의 지지도를 얻었다.
각각 전주보다 2%포인트, 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거대 양당이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이례적이다. 보통은 한쪽이 떨어지면 한쪽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었다.
정당지지도보다 무당층 비율이 더 높은 건,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 국민의힘 내홍 등 민생을 돌보지 않고 '여의도 정치'에만 갇혀 있는 거대 양당의 오만함과 지리멸렬함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무당층의 응답 비율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8월 1주차, 2주차에서 24%를 나타냈던 무당층은 8월 3주차엔 27%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4%포인트 오르며 30%대를 돌파했다.
그렇다고 다른 군소정당이 힘을 받는 건 아니다. 국민의당은 4%, 정의당은 3%, 열린민주당은 2%에 그쳤다.
한편 헌정사상 처음 탄생한 30대 당대표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두 달 만에 뚝 떨어졌다. 통일부, 여가부 폐지 등 설익은 이슈몰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습에서 이준석 리더십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수행 결과, 잘한다고 응답한 긍정평가는 44%,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1%로 나타났다.
긍정평가가 다소 앞서지만, 이준석 대표 취임 직후 실시된 6월 3째주 조사에서,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다'라고 긍정적 기대를 품었던 여론이 6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크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령·지역·이념성향을 막론하고 전체적으로 빠졌는데, 이 대표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보수 성향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유독 하락폭이 컸다.
6월 3째주 조사에서 보수 성향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각각 78%, 88%가 잘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그 수치는 43%, 51%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보수와 국민의힘 지지자가 각각 15%, 9%에서 44%, 43%로 치솟았다. 보수 진영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준석 대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36%로, 잘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는 45%로 더 높았다. 지난 6월 3주와 비교할 때 긍정평가가 2%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평가는 6%포인트 상승했다. 송 대표는 특히 30대, 서울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긍정평가는 각각 22%, 29%로 낮았고 부정평가는 60%, 53%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NBS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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