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중국 인구가 향후 45년 내에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중국 학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유엔이나 미국 대학 등이 발표했던 것보다 더 빠른 인구 감소 속도 추정치다. 연구진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집값 상승으로 중국 젊은이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시안자오퉁대는 “2065년쯤까지 중국 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7억 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2065년엔 중국 인구가 13억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유엔 연구나, ‘2100년이 돼야 중국 인구 7억 명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미 워싱턴대 연구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장취안바오 교수는 몇 년 새 급감한 중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월 발표된 중국 인구조사 결과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나타났는데, 유엔 등 다른 기관은 이를 1.7명으로 설정해 인구 감소 전망치가 과소평가됐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난해 출생한 중국 신생아 수(1,200만 명)도 유엔 예측보다 25%가량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지면 45년이 아닌 29년 뒤 중국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중국의 합계출산율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5월부터 모든 국민에게 3자녀를 허용하며 기존 산아제한 정책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 젊은 층은 계속 출산을 기피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경제적 압박은 물론, 돌봄 서비스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집값 급등도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SCMP는 지난 8월 발표된 연구를 인용하며 주택의 평방미터당 가격이 1,000위안(약 18만 원) 오르는 경우, 자녀 한 명을 가질 가능성은 2%, 두 명을 낳을 확률은 5% 각각 감소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과학원의 이달 발표를 보면, 중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인 양쯔강 삼각주 인근이 전국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곳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국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 교수는 “중국 정부가 인구 감소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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