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직접 매립 전면 금지를 앞두고 일부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소각장들이 눈길을 끈다. 소각장을 이용해 주민복지 사업을 펼치는가 하면, 난방열과 전력의 생산ㆍ판매로 지자체에 짭짤한 수익을 올려주는 소각장들이다. 필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혐오 시설’ 딱지가 붙어 신설, 확충에 애를 먹고 있는 지자체들은 ‘소각장 재발견’ 수준의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2026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하루 510톤의 생활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는 해운대, 명지소각장에서 소각 과정 중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해 지역 산업체에 폐열 판매, 인근 아파트 난방열 공급 및 전력 생산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약 86억 원의 시 재정수익을 창출했고, 환경부로부터 ‘에너지 회수율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울산시도 2008년부터 남구 성암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 증기를 효성화학, 한솔이엠이 등에 팔아 연간 80억 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증기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이에 따라 여기서만 10년간 1,245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기 사용자인 ㈜한주 관계자는 “연간 최대 3만7,027TOE(석유환산톤·다양한 에너지원을 발열량을 기준으로 하여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의 연료비 절감과 6만9,524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각장 수익사업을 주민복지로 환원시킨 사례도 눈에 띈다. 경북 경주시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열로 찜질방, 캠핑장, 물놀이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운영 중이다. 소각장 인근 주민들은 최대 반값에 이용 가능하고, 시설에 필요한 인력도 주민들을 우선 고용함으로써 에너지와 환경문제,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까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쌀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는 쓰레기 소각 때 발생하는 열로 데운 물을 끌어와 엄동설한인 2월부터 모내기를 하는가 하면, 충남 아산에서는 소각 폐열로 마을 세탁기업을 운영해 연간 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쏠쏠한 편익과 수익을 가져다주는 소각장이지만 환영받는 곳은 없다. 현재 입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수도권도 마찬가지.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하루 1,000톤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 부지를 찾기 위해 올 초 입지선정위원회를 가동했다. 당초 8~9월쯤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입지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강동구의 고덕·강일지구가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은 물론 인근 하남 미사지구 주민까지 가세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천과 경기도 지역 역시 소각장 신설, 증설에 반대하고 있다.
소각장에 대한 전국적인 반대 분위기는 다이옥신 등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화된 시설일 경우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천연구원이 지난 7월 소각시설이 주변 주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주변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소각장 주변 지역과 일반인들의 평균 혈중 다이옥신 농도를 비교한 결과 소각장 인근 주민은 6.63pg-TEQ/㎥로 오히려 일반인 (20pg-TEQ/㎥)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소각장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찬반이 아닌 어떻게 관리·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태준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유해성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하고 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익 사업 등 운영 관리 전반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식으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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