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인근 상가에서 일하던 한 시민은 "갑자기 회오리처럼 제트기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며 "삼풍백화점 무너질 때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바로 옆 건물 상가에서 일하던 국경리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날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하며 "매장 안으로 쓰나미처럼 콘크리트가 밀어닥쳤다. 통유리는 모조리 산산조각(났고), 전쟁터처럼 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전날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를 하던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의 외벽이 붕괴돼 발생했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외벽이 무너질 때 아래쪽에서 불꽃이 튀었고 희뿌연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국씨는 "(이런 상황이) 10초에서 15초 정도에 벌어진 것 같다"며 "그냥 죽는구나 생각했고 지진이나 앞에 건물이 무너졌구나, 모든 건물이 다 무너져서 저희 상가를 덮친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죽는구나 생각했고 자신도 떠올리고... 그거 상상할 수 없다. 밤새 잠도 못 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며 "(외벽에서) 떨어지지 않은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매달려 있다. 마치 전쟁터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이나 직원들이 못 빠져나가고 저도 매장 입구 가까운 쪽에 있었으면 죽었을 거다. 다들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현장 작업자 6명이 실종됐지만 추가 붕괴 가능성 때문에 안전진단 이후 수색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국씨는 '평소 공사 현장을 보면서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냐하면 그 공사를 시작할 때 우리 상가는 차 한 대쯤 지나다닐 수 있는 마주보고 있는 가게인데, 상가 앞 입구에서부터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씨는 지반도 많이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앞에 시멘트로 계단 만들어 놓은 데가 내려앉고, 지하 주차장 벽에서 물도 쏟아지고 해서 안전진단을 해 보니까 해당 건물에서 땅을 지하 4층까지 파는 과정에서 건물이 흔들린 것"이라며 "(지반이) 많이 내려앉았다. 육안으로 보면 5~10cm 이상. 저희 상가에서 대책위원회를 설치해 문제가 있다고 몇 번을 말했다"고 전했다.
또 국씨는 '붕괴 사고 전부터 전조 현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많이 있었다. 땅꺼짐이 있고 갈라지고"라며 "(지반이 약하거나) 전혀 그런 거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이후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충격을 받고 있다. 당시 원청 시공사였던 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에도 같은 시공사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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