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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키이우 목줄 조이는 러시아… 주요 통로서 격전

입력
2022-03-11 19:10
수정
2022.03.11 19:26
10일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 브로바리에서 노획한 러시아 전차를 이동시키고 있다. 브로바리=로이터 연합뉴스

10일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 브로바리에서 노획한 러시아 전차를 이동시키고 있다. 브로바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수도 키이우 점령을 위한 병력도 대거 증강하고 있다. 남부와 동부에 집중됐던 공격이 북서부 루츠크와 중부 드니프로를 향해서도 이뤄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이 러시아군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거대 요새’화하며 항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죽음의 포화를 피해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은 보름 만에 230만 명을 웃돌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국방부는 전날 오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 호스토멜공항 지역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9일에 비해 5㎞ 더 우크라이나의 심장부에 다가선 셈이다. 키이우 인근에서 수일간 돈좌 상태였던, 이른바 ‘64㎞’ 러시아 기갑부대 행렬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CNN은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전날 오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키이우 북서부 지역에 길게 늘어서 있던 러시아군 행렬 중 일부가 인근 숲 및 주거지역으로 흩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보급이 일부 정상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전진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국영방송을 통해 “키이우의 모든 거리, 모든 건물, 모든 진입로가 요새화됐다”고 결사항전을 예고했다.

10일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키이우 외곽 호스토멜공항 북서쪽 숲속에 배치된 러시아군 부대와 장비의 위성사진. 맥사테크놀로지는 키이우로 진격하던 중 멈춘 64㎞ 길이의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대부분 분산 배치되고 일부는 포격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AP 연합뉴스

10일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키이우 외곽 호스토멜공항 북서쪽 숲속에 배치된 러시아군 부대와 장비의 위성사진. 맥사테크놀로지는 키이우로 진격하던 중 멈춘 64㎞ 길이의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대부분 분산 배치되고 일부는 포격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AP 연합뉴스

키이우 점령 시도와 별도로 러시아군의 공격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 국영 매체들을 인용해 중동부 거점도시 드니프로와 북서부 루츠크에서 이날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또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도 공습을 받았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직접 공격한 것은 침공 이후 처음이다. 그간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헤르손 등 남동부와 제2도시 하르키우 등 북동부 도시 공략에 집중해 왔다. BBC는 러시아군의 루츠크 공습은 비행장 및 전투기 수리 공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부 도시들에 대한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그동안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동부, 남부에 집중됐던 러시아의 공격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인들의 사투는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과 수미 등 8개 지역에서는 전날 ‘인도주의 통로’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미 당국은 성명을 통해 주민 1만2,000명이 버스와 승용차 등으로 도시를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하르키우 인근 이지움에서도 2,000명이 탈출에 성공했다. 다만 전기, 수도, 식품 등이 10일 가까이 끊겨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인 마리우폴에서는 이날도 교전이 멈추지 않으면서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피란민 행렬은 이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9일 기준 우크라이나에서는 231만6,002명이 국경을 넘었다며, 이 가운데 150만 명 이상이 이웃나라인 헝가리, 몰도바,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6개월 동안 400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러시아군의 포위 목전에 놓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 시민들이 10일 트럭을 타고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위기 상황을 드러내듯 일부는 총기를 휴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르핀=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포위 목전에 놓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 시민들이 10일 트럭을 타고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위기 상황을 드러내듯 일부는 총기를 휴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르핀=EPA 연합뉴스

전쟁 장기화와 그에 따른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의 위세도 많이 꺾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기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전날 오후 발표한 전황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및 방공부대가 러시아의 근접항공지원(CAS) 시도를 차단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포위ㆍ점령하려는 러시아 지상군을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인근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미콜라이우와 자포리자 등에서도 직전 24시간 동안 눈에 띄는 진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NBC뉴스에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전제 하에 “러시아 군이 향후 1, 2주 내에 키이우를 완전히 포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긴 하지만, 미국 정보당국은 키이우를 점령하기 위한 전투에 추가로 4~6주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