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28일 만찬 회동을 앞두고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을 주요 의제로 띄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윤 당선인 쪽이 요청하면 문 대통령이 MB 사면을 결행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당선인 특별고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해에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복권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 사례와 비추어서 두 분 사이의 모종의 말씀은 충분히 나눠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MB 사면 결정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문재인 대통령님의 아마 상당한 고민과 결심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결정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같은 방송에 나와 "당선인이 요구하고 원칙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단하시는 문제"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건 더 이상 국민통합 차원에서 해소해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MB 사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라고 '희망 섞인'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MB 사면 이슈가 있을 때 청와대가 거기에 대해서 부정하는 입장문이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려는 마음을 진즉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계속 감옥에 있는 상태가 국민통합 측면에서 아주 안 좋다"면서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MB 사면 요청을 수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23일 CBS 라디오에서 "청와대도 MB 사면 요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현근택 전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8일 CBS 라디오에서 과거 권성동 의원 등이 언급한 'MB-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동시 사면'을 거론하면서 "뒷거래 뉘앙스가 있고, 여론도 반대 의견이 높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계속해서 이 부분(MB 사면)에 있어서는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고 여전히 반대"라면서 "필요하다면 그리고 적절하다면 윤 당선인이 취임해서 하면 되는 것이다. 이거를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해야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양측은 이날 회동 의제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 들러 "어떤 의제는 특별히 없고 조율할 문제는 따로 얘기할 것 같다. 민생이나 안보 현안 같은 건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은 MB사면에 부정적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설문한 결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찬성 39%, 반대 50%, 모르겠음 11%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 사면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로 높았고, 광주·전남에서는 반대 의견이 72%에 달했다.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69%가 사면에 찬성했고 20%는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16%가 사면에 찬성했고, 78%가 반대했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3.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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