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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모의전쟁 우려? 국방부, 우크라 '천궁' 요청 거절 배경

입력
2022-04-11 17:30
수정
2022.04.11 17:43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에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한 병사가 미국산 FGM-1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겨누고 있다.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에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한 병사가 미국산 FGM-1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겨누고 있다.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국방부가 최근 "러시아 전투기와 미사일을 격추할 대공무기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절했다. 살상용 무기 지원에 대한 부담과 러시아와의 관계, 북한과의 간접 교전 우려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대공무기체계 지원을 요청했다. 서 장관은 "우리의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살상용 무기체계 지원은 제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같은 내용은 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지원을 타진한 대공무기체계로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신궁'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천궁은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격하는 중거리 방어무기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4조 원대 수출이 확정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신궁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의 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주로 쓰이는데, 무게가 15㎏에 불과해 2인 1조로 개별 휴대가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인 천궁II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인 천궁II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서 장관이 통화 당시 러시아의 무력 침공과 민간인 학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무기 지원 요청을 거부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만 하기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방탄헬멧, 전투식량, 야전침대 등 10억 원 상당의 비살상 군수물자를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10위 교역국인 러시아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을 방문해 무기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도 군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러시아가 보유한 부품과 호환 가능한 미사일과 탄약 지원을 요청했는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미사일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대공무기를 지원하고 북한의 KN-23 미사일도 전장에 투입된다면, 자칫 남북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간접 교전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기체계 작동법을 교육하기 위해선 미사일뿐 아니라 사람도 보내야 한다"며 "북한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한국의 천궁이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하면 남북 간 모의전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