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대통령 시대'를 연 윤석열 대통령의 11일 첫 출근길은 9분이 소요됐다.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용산구 집무실까지,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는 7㎞ 구간의 교통 통제에 경찰 70여 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예상대로 큰 정체는 없었다"고 판단했지만 교통량과 도로 상황, 집회 등 돌발변수가 여전해 출퇴근 교통 대란에 대한 시민들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전 8시 21분 서초구 자택에서 김건희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차량에 탑승했다. 곧바로 자택 앞과 반포대교 방면 교통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탄 차량과 이를 경호하는 차량·모터사이클 행렬은 반포대교를 건너 오전 8시 30분 집무실이 있는 용산 미군기지 13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자택에서 출발한 지 9분 만이다.
교통경찰 70여 명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오르기 1시간 전부터 대통령 차량이 지나는 도로에 배치됐다. 이들은 경호상 '무정차 통과' 원칙에 따라 대통령 차량 진행 방향의 신호를 개방했고, 차량 행렬이 지나간 뒤엔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사후 교통 정리를 했다.
한강을 건너 용산구와 서초구를 오가는 윤 대통령의 출퇴근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될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리모델링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 달가량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 동선은 어떤 한강 다리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4가지로 압축된다. 이날 동선은 서초동 자택에서 반포대교를 타고 이촌동을 거쳐 옛 미군기지 부지를 통과하는 경로였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앞으로 경호상 필요에 따라 한남대교, 동작대교, 한강대교 등을 이용해 동선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대통령 차량이 동선과 관계없이 시속 30㎞ 이상 속도로 10분 안팎에 출퇴근길을 주파할 수 있도록 최소 70명에서 많게는 100명 수준의 인력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용산경찰서에 교통경찰관 28명을 추가 배치했고, 도심권에 배치하던 교통기동대 1개 부대를 대통령 출퇴근길 교통 관리에 투입한다.
이날 대통령 출퇴근 도로에서 눈에 띄는 정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구간 곳곳에 교통 취약 구간이 있고 당일 교통량과 집회 등 변수가 여전해 교통 정체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도 반포대교 남단 진입 구간에서 진행된 2분가량의 통제로 일부 차량이 잠시 대기하면서 정체가 발생했다. 해당 구역은 간선도로 병목으로 상습적인 출퇴근길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이다.
대통령과 출근 동선이 겹치는 직장인 사이에선 교통 정체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매일 자가용으로 서초동에서 삼각지역 인근으로 출근하는 강모(42)씨는 "혹시 몰라 평소보다 20분 정도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도착 시간은 비슷했다"며 "출근길은 1분 1초가 급한데 당분간은 분위기를 봐가면서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대로를 따라 출근하는 인모(36)씨도 "평소 출근길에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데 시간이 10분 이상 지연되는 것으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고 했다.
경찰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대통령 출퇴근길 교통 통제를 할 때, 대통령 이동 도로로부터 2, 3개 교차로 범위까지 교통 지원을 확대해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할 방침이다. 교통 혼잡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집회에 대해선 우회도로 확보 등 대비를 마쳤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출퇴근을 앞두고 세 차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교통 통제로 발생하는 불편이 과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시민 불편 최소화를 원칙으로 24시간 교통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영향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퇴근길도 9분이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45분쯤 미군기지 13번 게이트를 나와 반포대교를 통과해 오후 6시 53분 서초구 자택 앞에 도착했다. 출근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교통 통제가 있었지만 큰 정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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