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차를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꿈틀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취임 전 지지율로 고전했으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를 동반자로 둔 대통령에게 지지율은 국정 운영동력을 좌우하는 민감한 지표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이번 주를 주목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빨리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예고된 데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총출동 등의 이벤트가 줄줄이 있었다. '슈퍼위크'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 지지율 상승세를 굳히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계획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 첫 주 직무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 52%, '잘못하고 있다' 37%로 나타났다. 이달 4일 같은 조사에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무 평가는 긍정평가 41%, 부정평가 48%였다. 윤 대통령이 이달 10일 취임한 후 긍정평가가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19일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지지율)는 48%, 부정평가는 29%였다. 취임 전인 5일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비슷하지만, 부정평가가 20%포인트 줄어들었다.
대통령실이 더 주목하는 수치는 윤 대통령의 향후 5년 국정 운영 기대감 지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예상은 60%, '잘못할 것'이란 답은 28%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80% 안팎의 긍정 전망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에 조금 못 미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흐름을 탔다고 대통령실은 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기성 정치인의 문법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니 불안한 시선이 많았던 것 같다"며 "국민들과의 소통 기회가 늘어나니 평가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약식 기자회견)을 하거나 주말 나들이를 하는 등 탈권위적 모습을 보여주는 게 플러스 요인이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당장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꼬인 관계를 풀지 못하면, 내각 핵심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임명할 수 없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59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등 민생 현안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이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느긋한 분위기다.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인준)안을 가결시켜야 하지만, 민주당을 달래는 데 우선 순위를 두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각종 민생 현안에만 힘을 쏟아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주엔 윤 대통령을 향한 여론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석열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게 오히려 민주당을 압박하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발목을 잡는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 이를 지렛대 삼아 꽉 막힌 민주당과의 관계도 풀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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