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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열린 美 의회 UFO 청문회… "미확인 비행현상 400건"

입력
2022-05-18 08:16
수정
2022.05.18 18:40
스콧 브레이 미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17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하원 정보위원회 산하 대테러ㆍ방첩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촬영된 UAP 추정 물체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스콧 브레이 미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17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하원 정보위원회 산하 대테러ㆍ방첩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촬영된 UAP 추정 물체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확인비행현상(UAP)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존재한다. 이제 우리가 조사해야 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안드레 카슨 미 하원 정보위원회 산하 대테러ㆍ방첩소위원회 위원장은 이 말로 미확인비행물체(UFO) 청문회를 시작했다.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힘을 싣는 한편, 당국에 보다 적극적인 조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의회는 국방 관계자들로부터 UAP 진상 규명과 이 현상이 미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청취했다. UAP는 미군이 UFO 대신 사용하는 용어다. 이 자리에는 국방부와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UAP 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 로널드 몰트리 국방부 차관과 스콧 브레이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미 의회에서 UFO 관련 공개 청문회가 열린 것은 1970년 미 공군이 UFO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블루북 프로젝트’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미 당국이 수십 년간 덮어 뒀던 사건 파일을 다시 꺼내 들면서 UFO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쏟아졌다. 미 CNN방송은 “의회가 마침내 UFO에 눈을 떴다”며 “오랜 기간 논란의 여지가 있던 주제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청문회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현상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이 확인되며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브레이 부국장은 “TF 조사 결과 UAP 사례가 400건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2004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해군 조종사들이 144건의 확인되지 않은 비행물체를 목격했고, 이 가운데 143건이 UAP로 분류됐다는 내용이 담긴 9쪽짜리 보고서를 지난해 6월 공개했다. 풍선형 기구로 확인된 단 한 건을 제외하고는 실체를 규명하기 힘들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일 년 만에 260건 가까운 사례가 추가된 셈이다. 보안이 해제된 UAP 영상도 처음 공개됐다. 항공기 조종석 오른쪽으로 정체 불명의 구형(球形) 물체가 눈 깜짝할 사이 빛을 내며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군 당국의 정보 공개는 여기까지였다. 정부는 정확한 정체나 기원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브레이 부국장은 “비행 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UAP가 비(非)지구적 기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는 어떠한 물질적 증거 역시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는 미확인 물체가 외계 생명체와 관련됐다고 언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미군이 해당 물체와 통신을 시도한 적도 없고, 통신 신호를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가능성은 있지만 증거는 없다’는 애매모호한 결론에 실망감도 커졌다. 영국 가디언은 “50년 만의 공개 청문회에서 미 국방 당국자들이 가장 중요한 정보는 비공개로 돌리면서 설명할 수 없는 물체에 대한 목격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카슨 소위원장 역시 국방부가 상대적으로 규명하기 쉬운 사례에만 집중하며 정작 규명되지 못한 현상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에는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몰트리 차관은 “UAP는 (국가) 안보와 비행 안전에 있어 잠재적 위험을 초래하는 만큼,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물리학, 광학, 기상학 등 민간 연구자들과 미국 정부 기관ㆍ부서 정보 전문가, 미 국방부 전문가를 총동원해 UFO 실체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