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진상규명국)이 세월호가 외력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참위 진상규명국은 19일 서울 중구 회의실에서 열린 147차 전원위원회에서 "세월호 운항 중 외력이 가해져 핀안정기(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가 과회전됐다"는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진상규명국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에 있는 손상과 변형은 대부분 기존에 있었거나 침몰 후 발생해 사고 원인과 무관하다. 선체 좌현의 주요 손상 부위 5군데 중 4군데도 인양빔에 의한 손상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좌현 핀안정기실 격납고 변형은 수중체 추돌로 생긴 손상으로 추정된다는 게 진상규명국 입장이다. 진상규명국은 해당 손상이 인양 과정이나 해저면에 가라앉으며 발생했을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인양빔이 접촉된 면보다 안쪽에 손상이 발생한 점 △같은 형태의 손상이 다른 구역엔 없는 점 △침몰 지점에 암반이 없는 점 △과회전을 유발하는 회전력보다 해저면에 닿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회전력이 현저히 낮은 점 등을 들어 배제했다.
핀안정기실 격납고 변형을 유발한 하중을 분석한 결과 선체 외판으로부터 1m 위치에서 2,500톤의 하중을 가했을 때 가장 유사한 형태의 손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중체 추돌 방향은 선미에서 선수 방향, 좌현에서 우현 방향으로 추정됐다.
진상규명국은 핀안정기실 손상과 침몰 직전 발생한 굉음의 관계도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복수의 생존자들은 침몰 직전 앞부분에서 '쾅'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핀안정기를 기준으로 선미 쪽에 위치해 있었다.
진상규명국이 세월호 내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한 결과 굉음은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31~32초 연달아 5번 발생했다. 그 이전에도 굉음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굉음과 선내 상황, 횡경사값(기울어진 정도)을 비교한 결과 8시 49분 17초부터 선체가 급히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49분 24초에 일부 집기류가 떨어졌다. 49분 31~32초에 굉음이 나고는 기울기가 더욱 커져 17초 만인 49분 48초에 선체가 전도됐다.
핀안정기 모형과 세월호 선체 핀안정기로 과회전 실험을 한 결과 굉음 중 일부는 핀안정기가 과회전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은 "쾅 소리 직후 배가 급속히 기울었다는 생존자 증언과 언론보도 내용은 굉음 후 17초 만에 선체가 전도됐다는 조사 결과와 유사하다"며 "생존자들이 증언한 굉음은 49분 31초 혹은 그 이전부터 어떤 외력이 핀안정기를 압박해 49분 32초에 과회전되면서 발생한 소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원위에선 수중체 충돌 가능성은 적으며 애초에 사참위의 조사 용역이 불완전하다는 전문가 반론도 나왔다. 잠수함 외에 수중체로 특정할 만한 물체가 없지만, 당시 수심과 조류 상황, 날씨, 잠수함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잠수함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준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잠수함은 세월호보다 매우 작은 물체와 충돌해도 조종성을 잃어 인근 암초나 해저면에 부딪혀 좌초되거나 물 위로 부상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잠수함이 세월호 복원력을 상실시킬 만큼의 외력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후 수일간 (세월호 선체가) 착저 및 표류하는 과정에 대한 숙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인양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없었다"며 "외판의 찢김 손상이 외부 충돌에 의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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