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조용한 내조'를 공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는 이틀 전 여당 중진의원 부인 11명을 초청해 오찬을 한 데 이어 고(故)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 대외적인 스킨십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16일 "김 여사가 지난 14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의원들 부인 11명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오찬을 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이 모임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부인이 먼저 자리를 제안했고 이에 김 여사가 화답하면서 지방선거 직후인 약 2주 전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중진의원 부인들을 만나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른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진의원 부인들이 선거 때 고생도 많이 하시고 했으니 감사도 표시하고 격려도 표시하면서 한 번 뵙자(고 한 것)"며 "중진의원 부인들이 나이가 많으니 '사모님' 했다가 '언니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진 부인끼리 따로 차도 마시면서 (김 여사가) 솔직하고 소탈하더라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당시 김 여사는 중진의원 부인들이 봉사 모임을 만들면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3시쯤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이순자씨 자택을 찾아 이씨와 90분가량 면담을 가진 것으로도 확인됐다. 대선 이후 전 영부인과의 만남만 벌써 세 번째다. 김 여사는 지난달 중순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공개 방문하고,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처럼 김 여사의 단독 일정이 늘어나면서 영부인 수행을 전담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의 기능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공식 일정에 김 여사의 회사(코바나콘텐츠) 직원들이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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