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에 동의하는 여성은 100명 중 5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28일 임지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이 월간 '보건복지포럼' 6월호에 게재한 '성역할 가치관과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여성이 4.7%, 남성은 12.1%로 집계됐다. '하는 편이 좋다'고 응답한 여성은 30.8%, 남성은 44.2%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결혼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여성은 35.5%, 남성은 56.3%를 보였다. 이번 설문은 전국 19~49세 성인 남녀 1만4,538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가족과 출산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남녀가 엇갈렸다.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남성은 37.5%였고, '하지 않는 게 낫다'는 3.8%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우 절반이 넘은 55.5%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으며,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응답도 7.3%로, 남성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에 대한 태도가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이었다. 남성 19~24세는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46.2%, '하지 않는 게 낫다' 5.1%를 보였다. 같은 연령대 여성에선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58.1%, '하지 않는 게 낫다' 12.6%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확연히 낮았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서 동일했다. 다만 이미 결혼을 경험한 기혼 남녀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각각 69.4%, 40.8%로 다소 높았다.
자녀에 대한 가치관도 상반됐다. '본인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를 물은 결과, 남성의 71.2%, 여성의 64.3%가 자녀가 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꼭 있어야 한다' 32.9%,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38.3%, '없어도 무관하다' 23.2%를 보였다. 여성의 경우에는 '꼭 있어야 한다' 28.1%,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36.2%, '없어도 무관하다' 31.6%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이 낮을 집단일수록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조사됐다. 남성은 45~49세 집단의 16.6%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반면 19~24세 집단은 총 32.1%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성 45~49세 연령 집단에서는 18.2%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했지만, 25~29세는 42.5%, 19~24세는 55.0%가 그렇게 응답해 높은 연령층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주목할 만한 점은 앞으로 가족을 새롭게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저연령·미혼자의 가치관"이라며 "저연령 집단일수록 결혼에 대한 태도에 좀 더 선택적인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본인 자녀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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